1. 첫째 마중: 2016년 2월 29일 월요일
2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겨울이 봄에게 "안녕, 잘 있어." 자리를 내어주고 떠나갑니다.
내일새싹학교에는 아기자기한 방이 생겨났어요.
따듯한 볕이 한 칸 내려앉습니다.
하늘을 닮은 아이가 웃고 있을 것 같은 이곳은 씨앗방입니다.
씨앗은 2016년부터 새로 생긴 유치부 과정을 말하는데 올해는 1학년을 뜻합니다.
씨앗이 자라 새싹이 날 때까지 토닥토닥 고운 흙을 덮어 보살펴 주어야하겠지요.
해님이 놀다가는 이 방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누구의 손길이 다녀간 것일까요?
새 씨앗인 건률이, 이찬이, 수빈이를 맞이한다고 충경 선생님이 팔을 척척 걷어붙였네요. 벽지에 풀을 바르고 있습니다.
많이 해 본 솜씨인 것 같아서 선생님께 여쭈어보니 "내일새싹학교 교사라면 도배는 기본이지요." 하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아이들을 보듬어주고 점심시간에는 공양준비에 교실에서는 칠판에 글씨를 쓰는 손... 선생님 손은 도대체 몇 가지 일을 하시나요? 일을 많이 한 선생님의 손이 거칠거칠해보이지만 아름다워보입니다.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충경선생님이 꼼꼼하게 풀을 발라 시우선생님께 넘겨주면 우뚝 사다리에 올라가 충진선생님이 척척 벽지를 붙입니다. 분명 도배장이가 아니라 내일새싹학교의 자람도우미들이십니다. 어찌나 합이 잘 맞는지 바라보고 있으니 입이 터억하고 벌어집니다.
벽지를 붙일 때는 풀을 바르고 2-3분 정도 기다려야한다는 것을 알았고, 걸레로 벽지를 닦아줘야 벽지가 울지 않는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선생님들의 숙련된 도배솜씨를 보고 있다가 별꽃선생님도 도전해보았습니다. 맨손에 밀반죽 같은 풀을 묻힌다는 것도 벽의 길이를 재어 벽지를 붙인다는 것도 처음 해 보았습니다. 처음 해 본 솜씨치고 제법 괜찮지 않습니까? 내일은 더 잘 하게 되겠지요.
도배를 마치고나서 먹는 저녁 공양은 지친 몸과 마음을 행복하게 해 주었습니다. 도란도란 오늘 했던 도배 이야기를 나누며 씨앗과정 어린이들을 맞을 생각에 선생님들은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2. 둘째 마중: 2016년 3월 1일 화요일 태극기 휘날리는 날
태극기 휘날리는 3.1절입니다. 내일새싹학교에 모인 자람도우미들은 목장갑을 끼고 눈썹을 휘날리며 새학기 정비를 하였지요.
작년에 부모님들께서 라벨을 붙이고 차곡차곡 정리하였다던 문구들이 1년이 되자 정신없이 어지럽게 널려있었어요.
내일새싹학교의 물건 사용 규칙 3가지를 써 봅니다.
1. 다른 이의 물건을 쓸 땐 허락 맡기
2. 내 것처럼 아껴쓰기
3. 제자리에 놓기
그러나 더불어 방에서 별꽃선생님은 무려 9시간이나 있었습니다. 2번 쉬는 시간 동안에 간식을 먹으며 힘을 보충하였지요.
어느새 캄캄한 밤이 내려 앉고 더불어 방 문구 정리도 끝이 났습니다.
시우선생님은 놀이도서관의 하품 나오는 고루한 책들을 골라내었습니다. 책을 버리기 아까워하신다는 시우선생님은 오래오래 머뭇대셨지만 덩그러니 자리만 차지 하고 있는 낡은 책들은 시간이 지나고 차곡차곡 쌓여갔습니다. 밖으로 나가는 책들의 내용을 살펴보니 시우선생님께서 매의 눈으로 골라낸 것이 분명하였어요.
충경선생님은 스승자람방에 있는 교과서들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더불어방에 귀한 책들을 모셔두었습니다. 좋은 책들이 참 많이 있네요. 어제 충경선생님은 도배장이에서 오늘은 사서선생님으로 변하였군요.
지성심선생님께서는 부서진 책걸상들과 쓰지 않는 수납장을 날라 현관으로 옮기셨습니다. 그러고나서 차분히 앉아 교실에 걸어둘 마음의 양식인 자람지도선생님의 詩 액자를 닦으셨어요. 뽀얀 먼지들이 날아가고 있습니다. 교장선생님의 얼굴에 햇살이 퍼집니다. 따사로운 맑은 날이었어요.
내일새싹학교의 새싹들을 만나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자람도우미들은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학교에 머물었습니다. 많이 고단했지만 보람된 하루였어요.
이제는 함께 새싹들과 선생님들이 학교를 아름답게 가꾸어도 좋을 것 같아요.
11년을 시작하는 첫걸음~정말정말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