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체력이 이 정도였나?!
2016.3.17
초록나무
개학한 후에 재대로 놀아본 적이 없었다. 시간이 없어서 그런지, 기회가 있었으나 내가 활용을 잘 못한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실컷 놀아본 적이 없었다.
그런 학교 생활을 하던 중, 뜬금없는 야외 소풍이 나에게 찾아왔다. 기회다! 이번 기회에 쌓인 스트레스를 다 날려버리자! 그래서 기획서를 썼다.
어디로? 여의도 공원에서 반포대교까지. 언제? 기억이 안 남, 누가? 마음 맞춰 가는 반, 9학년(우주, 한빛 제외)
나머진 생략하고 어쨌든 출발!
여의도 공원. 많이 들어봤지만 한 번도 안 가본 곳. 이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가보니 열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로 많이 와본 곳이었다.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버스에 내려서 첫 번째로 한 것은 스트레칭 하고 상쾌한 공기 마시기! 라면 좋겠지만 멀미 때문에 쓰러졌다. 시작하기도 전에 이래도 되나 싶었다.
자전거 대여소에 가서는 일단 디자인이 좋은 자전거를 탐색했다. 자전거는 폼으로 타야 제 맛 아닌가! 그래서 아줌마 자전거들 사이에서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놈을 골랐다. 선두는 나였다. 불안했다. 여의도 공원에서 반포까지 가는 길을 몰랐다. 물론 앞에 넓은마음님이 있었기는 했지만 찰칵이여서 뒤로도 갈 수 있다는 커다란 문제점이 있었다. 두 번째 문제점은 내가 뒤에서 피가 빨릴 수도 있다. 한번에 말하면 바람막이가 돼주는 것과 똑같다는 말이다. 불안한 마음으로 일단 출발했다.
반포로 갈 때는 정말 좋았다. 시원한 바람도 불고 (사실 추웠음) 뒤에는 친구들이 있고 (솔직히 귀찮음)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반포에서 여의도로 올 때는 죽음이었다. 바람은 무슨 내가 시베리아 허스키가 된 느낌이고 손은 언지 오래였다. 여기서 깜짝 놀랜 건 출발한 지 20분 만에 점점 숨이 딸리고 힘들었다는 것이다. 내 체력이 이 정도였나?! 정말 놀랐다. 하긴 방학 동안 잠만 잤으니 겨울잠 잔 곰이 먹이 잡을 힘이 있겠는가?
다시 여의도로 왔을 때는 이미 반쯤 죽어있었다. 미친 사람같이 웃고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고 별 짓을 다 했다. 그것도 30분동안.
점심은 볶음밥이었지만 내 눈에는 최고급 리조또를 먹는 느낌이었다. 뭐, 안 힘들 때 먹어도 맛있지만 어쨌든 천국에 온 것만 같았다.
점심을 먹으니 게임 상에서 구급키트를 먹고 체력 바가 올라가는 것 같았다. 힘이 생기고 점심 먹고 바로 농구를 하러 갔다.
다른 애들은 농구공을 가져왔지만 나는 안 가져왔다. 애초에 그럴 생각이었다. 다른 애들이 같이 쓰겠지 라는 불확실한 믿음 하나로. 예상은 적중! 새싹들은 나에게 공을 자유롭게 빌려 주었다. 덕분에 즐거운 시간과 더불어 친구들의 우정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과장이 심했나?)
갔다 와서는 말 그대로 뻗었다. 더 정확히 설명하면 가자마자 양말, 옷 다 벗고 가장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누어서 꿈의 나라로 갔다.
아쉬웠던 것은 내 자전거를 못 타고 대여를 한 것이 가장 안타까운 일이다. 다음에는 충경 선생님께 실력을 인정받아서 내 자전거를 타고 싶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내 개인 농구공을 가져와야겠다. 다른 사람 거 빌려 쓰니 눈치도 보이고 한정된 시간만 대여(?)가 가능하니 불편하기도 하다.
내 최종 목표는 “진짜 재미있었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재미있게 놀자 인데 추위 빼고는 다 좋게 느껴졌다. 그러므로 목표 점수는 10점 만점에 9점!
사진은 수업용으로 했는데 카메라를 안 가져가서 집 앞에서 (대충) 찍었다. 아래가 그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