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있는 기다림

 

(사진은 수업 중 팀 발표를 위해 준비중인 학생들의 모습으로 글 내용와는 무관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인하여 8월 말에서 9월 중순, 거의 한달간 온라인 수업을 하였다.

지금은 다시 오프라인수업을 하지만, 또 언제 다시 온라인 수업으로 돌아가야 할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온라인 수업을 하다보면 학생들은 제각기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평소의 성실함이 그대로 반영되어 수업에 집중하고 피곤한 것을 어떻게든 견뎌보려는 기색이 역력한 학생부터,

슬쩍슬쩍 다른 것을 보는 티가 나는 학생까지..

비록 원격이지만 눈동자를 보면 어떤 상태인지 느껴진다. 

 

어쩌면 당연한 말이지만, 평소 학교에서도 성실하고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은 온라인에서도 그렇다. 

우리는 그 집중력이 ‘마음의 힘’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마음의 힘이 약한 친구들도 있다. 그리고 학교는 그 아이들을 돕고자 있는 공간이니, 모두에게 획일적인 기준을 요구할 순 없다. 

(일방적으로 요구받아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추어진 아이들은 앞에서는 적당히 '네, 네' 하지만 뒤돌아서면 까먹는 경우가 많더라.)

 

어느 날은 온라인 수업 중에 한 학생이 너무 대놓고 킥킥거리길래

 

‘00님, 뭐해요?’ 하고 물었다.

 

그런데! 그 학생은 아무렇지도 않게

 

‘아, 그냥 개콘보는 중이었어요.’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무 솔직해서 당황스럽다고 해야할까?

그런 마음에 허허 웃으니 다른 아이들도 피식거렸다.

끄고 집중에 달라 얘기하니 알겠다고 했다.

 

그 학생의 태도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며칠간 고민했다.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학교가, 선생님이 우스운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고.

하지만 그렇게 단정지을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심각한 상황이 뭘까?

‘아닌 척’ 하는 것일 것이다.

딴 짓을 하는데도 아닌척, 잘 듣는 척.

적당히 척 하는 것은 습관이 되어서 나중에는 고착화되어버릴지도 모른다.

결국 그러면 그 손해는 자기 자신한테 오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선생님이나 다른 학생들이

‘뭐지???’ 할 수 있지만 솔직하게 말해야 개선되고 나아질 여지도 생긴다.

그리고 학교는 학생들의 다양한 모습이 발견되고, 도우라고 있는 공간일 것이다.

 

그 학생은 그러한 시기를 지나서, 지금은 조금씩 의욕이 살아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수업 후에 ‘내가 이 부분을 모르니 빨리 더 공부하고 싶다.’ 라고 적기도 했다.

 

누구든 해결이 필요한 자기만의 한계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알아차리고, 보여주고, 깨닫고, 스스로 나아지고자 하는 욕구로부터 행동하는 것.

그러한 과정이 한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바래본다면, 다음에는 그 학생이...

 

‘앗, 제가 습관대로 개콘을 봤는데 끌게요. 다음에는 안 보도록 해 볼게요.’

 

정도는 되기를 바라며!

그러면 이 기다림은 의미 있는 기다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