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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지리산 종주 프로젝트는 여러모로 새로운 길이였다. 5,6학년이 같이 가는 예년의 지리산 종주와 무엇이 다를까 싶지만 해마다 그렇듯이 새싹들의 생김새가 다르듯 해마다 하는 프로젝트도 색깔이 다 다르다. 힘이 드는 정도, 일정, 먹는 것 조차, 산 봉우리에서 느끼는 느낌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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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학년 여자 새싹 두 사람은 유난히 몸집이 작고 여릿여릿하다. 평소 외식을 할 때도 짜장면 한 그릇을 혼자 다 먹지 못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오후가 되면, 아니 어떤 날은 아침 첫 시간부터 다크써클이 아래로 한참을 내려와 있기도 하였다. 이 여린 새싹들과 지리산 종주를 한다? 가능할까? 아니, 해야할 의미가 있을까? 너무 여린 몸에 과도한 시도가 아닐까?

여름학기가 끝나고 가을학기, 지리산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각자에게 원함을 물었다. 다들 가고 싶어하였다. 좋아, 그럼 갈 수 있게 준비를 해보자. 아침 저녁으로 스쿼트를 100개씩하자, 줄넘기는 매일 2000개 씩 하자. 수업을 하다가도 생각이 나면 책상 옆으로 나와 서서 스쿼트를 하였다.

북한산에 두 번을 오르고 관악산을 한 번 올랐다. 처음 간 대남문 코스는 거의 평지 수준인데도 힘이 든다고 하더니 마지막 관악산을 종주할 때는 5키로 이상의 짐을 메고도 쉽다라고 하였다. 이 정도면 갈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무엇 보다도 3박4일이던 예년보다 길게 4박 5일을 하기로 한 것이 마음을 편히 먹게 하였다. 종주도 화대가 아니라 천왕봉에서 백무동으로 바로 내려오는 길을 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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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 첫날, 남부터미널에 도착하고 보니 내가 배낭을 35리터 작은 것을 메고 온 것을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이런, 이렇게 여유 공간이 없어서야 앞으로 벌어질지 모를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잠시 걱정이 일었으나 그대로 가보자 마음을 먹었다. (나중에 이런 이유로 새싹들의 짐을 덜어주어야 할 상황에서 지구인님이 엄청 고생을 하게 되었다. 이점 미안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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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를 마치고난 지금 돌이켜 보면 새싹들은 참 열심히 갔다. 평소에 그리 많이 걷지 않았던 새싹들 일부는 2시간이 지나면서 발바닥의 통증을 호소하기도 하고 발목이 아파서 울기도 하였다. 그러나 다행히 발목이 삐는 경우는 없었다. 보드라운 살결에 가시가 쉼 없이 박혔다. 나무로 된 난간을 잡고 가다가, 심지어는 돌을 짚다가도 가시가 박히곤 하였다. 그래서 쉴 때마다 손톱으로 가시를 빼느라 여린 살들을 어지간히 쥐어짜기도 하였다. 그러나 못걸을 정도로 다친 사람이 없어 감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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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5일동안 종주를 하다 보니 새벽에 일어나 서두르는 일이 없어서 좋았다. 느지막히 움직이다 보니 처음으로 노고단 정상에 올라가 볼 수 있었다. 새벽 산길의 두근거림은 없었지만 모든 것이 여유있게 구름조차 여유있게 흘러가는 듯하였다. 한번쯤은 자보고 싶었던 세석대피소에서도 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천왕봉에 올랐다 내려오는 길에는 1시간 정도를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쉴 수도 있었다.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걸음을 재촉할 때의 타는 속도 없었다. 새싹들은 등산지도에 표시된 시간보다 아주 늦게 걸었다. 거의 1키로에 1시간 속도로 걸은 적도 있었다. 그래도 쉬지 않고 걸어가는 그 자세가 고마웠고 뒤처지는 걸음들을 기다려주는 팀웍이 대단했다.

그 간의 종주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다면 이번 종주는 자꾸 재촉하고 싶어지는 마음과의 싸움이었다. 이렇게 걸어도 돼, 새싹들의 속도를 인정하고 기다려주기만 하면 돼...내가 매일 매일을 모든 산등성이를 넘으며 마음속으로 외운 말이었다. 이렇게 여유있게 걸을 수 있다! 늘 바쁘고 급하게 많은 일들을 처리하느라 종종 걸음이 습관이 된 나에게 참으로 새로운 경험이었다. 누구든 자기 속도대로 걸을 수만 있다면 여유있게 갈 수 있고 목표에 도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구나라는 당연한 일을 알게 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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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몇가지 지리산 종주와 관련된 점을 기록을 위해 적어두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내일새싹학교가 9년제 과정으로 확대되면서 지리산종주 프로젝트도 자람과정, 중1이나 중2과정인 7~8학년 과정으로 올라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5학년보다는 중학교 1학년이 겪기에 더 수월하고 의미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아마도 내년 교과과정 편성부터는 적극 검토 실행되어야 할 듯 하다.

또 모든 프로젝트가 그러하듯, 한 가지 프로젝트 내에서도 새싹들의 상황에 따라 다른 미션이 주어지는데 지리산 종주도 여력만 있다면 여러 코스로 나누어 진행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 해의 경우도 백무동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갈 새싹과 중봉을 넘어 치밭목으로 화대종주를 할 새싹으로 분리해도 되었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나누는 기준은 체력을 기준으로 좀 더 성취감을 맛볼 수 있게 목표지점을 나누면 좋겠다는 점에서 제안을 하는 바이다.

 

 

 

 

어쨌거나 올해도 지리산 종주를 무사히 마쳤다. 해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새싹들의 순수한 열정에는 늘 감탄스럽다. 힘든 과정을 스스로 택하고 도전하고 성취해내는 모습은 언제나 감동이다. 이 힘이 이들을 더 넓은 세상으로 더 깊은 삶의 경험으로 이끌어 갈 것을 믿는다.

걱정되는 마음들을 표내지 않고 새싹들을 한 없이 격려해주신 부모님들께 감사드린다. 특히 어려운 여건에서도 묵묵히 도우미 교사로서 같이해주신 지구인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4일차1013 (2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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