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교육 단상
2023.11.21 10:30

어느 날 화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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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화단에서 ...

 

33.jpg

 

새싹학교는 도시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어서

벌레도 풀도 없을 듯 하지만

무슨 말씀, 정원도 있고

풀도 있고 나무도 있고 이슬도 있다.

당연히 그 풀섶을 따라 베짱이도 오고 사마귀도 제법 큰 놈이 날아온다.

날 것들이 오니 그 걸 잡으려고 거미도 제법 촘촘히 거미줄을 늘여 집을 지었다.

어린 새싹들은 벌레를 좋아하여(?)

자유 놀이 시간을 주면

빈 통들을 하나씩 들고 학교 정원에서 벌레를 잡아 모으는 신ㅅ공들을 발휘하기도 한다.

어쨌든 도시에서도 우리는 풀도 나무도 이슬도

거기에 따라오는 벌레들도 키우고

그 넉넉한 품 안에서 새싹들도 키우고 있다.

 

새싹들이 쉼주간에 들어가고

학교가 고즈넉해지는 어는 가을 늦은 계절,

휴일에 학교에 나와서 새싹들의 정원을 둘러 보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하였다.

정원 한 귀퉁이가 움푹 파여있는 것이 두 군데나 되었다.

이게 뭐지?

한참 들여다 보다가 알아차렸다.

누군가가 정원에서 베고니아 꽃을 두 무더기나 움푹 파간 것이다!

 

순간 화가 났다.

5월에 정원프로젝트 수업으로 정성껏 만들어 둔

새싹들의 ‘작품’을 파괴하고

꽃을 파가다니!

 

그렇게 ‘범행’현장을 복구도 안해놓고

움푹 흙이 파인 채로 두고 가다니...!

 

하루 아침에 생긴 정원도 아니고,

마을 분들 누군가는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을 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말까지 하고 가신,

나름 마을에서 아름다운 꽃길로 소문난 길,

아름다운 정원에서 꽃을 훔쳐가다니!

 

새싹들이 쉼 주간이어서

그 현장을 바로 보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는 생각을

조금 시간이 지나고 화가 가라앉으면서 하였다.

 

꽃 모종 하나 얼마하는가?

몇 천원이 아까워서

새싹들이 고민하고 궁리하고 손수 만들어둔 수업 작품을

파간단 말인가?

학교라는 울타리, 학생들의 작품이

무슨 의미인지 전혀 생각지 않고

물욕에 눈이 어두워진 것이 분명하다!

 

그러기에 이 시절은 아이들을 키우기에 어렵다 생각을 하였다.

좋은 책을 일으라 하면서

생각하는 힘으르 기르라 하면서

티비나 매체에서는 가벼운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영상들을 쉼없이 쏟아내고

말장난을 하면서 흥을 돋구는 프로그램들이 넘치고...

 

아직 움푹 파인 구덩이는 채우고 평평하게 하지 못하였다.

이제 나가서 그 구덩이를 채우면서

이 아이 키우기 어려운 시절에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학교를 교육사업을 한다는 것이

무슨 희망이 되는지 생각해보면서 흙을 채워넣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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