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교육 단상
2023.11.03 23:48

아침 산책 해 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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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산책 해 보셨어요?

 

아침산책2.jpg

 

 

...산책(散策)은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걸어다니는 일을 말한다. 산책을 하면서 생각도 하며, 대화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산책을 하면서 많은 토론을 하였고 그 제자들은 아리스토텔레스 사후에 자신들을 소요학파라 이름붙이기도 하였다. (위키백과)

 

 

사춘기 청소년들이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도시에서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은 안다.

도시 뿐이라, 아이들을 둘러싼 현대의 환경을 생각해보면 거의 불능에 가깝다고 생각이 된다.

눈을 뜨면서부터, 아니 잠자리에서도 끼고 잠이 드는 휴대폰이

수많은 정보와 전파를 쉬지 않고 쏟아내는 시대에 살면서

호기심 많고 흡수력이 충만한 아이들이 그런 정보의 바다에서

잠시 물러나 생각이란 것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럼에도 성장기 아이들에게 잠시 물러나 자신을 살펴보거나

혹은 자신이 서 있는 환경을 둘러보는 여유는 또 얼마나 필요한가.

무얼 물으면 말이 땅에 닿기도 전에

톡톡 받아올려 영혼이 없는 대답을 하거나 아니면 무얼 묻든 묵묵부답으로 버티거나

답답하기는 아이들이나 나나 마찬가지이다.

생각이란 걸 해볼 기회조차 없었고 그럴 시간도 마련해주지 못한 환경이었다.

이 아이들에게 아침 산책이 주어진다고 생각해보자.

그 것도 들판이 있고 산이 있고 개천이 있는 곳에서 산책을 한다고 상상해보자.

 

늦가을, 아침 들판에는 안개가 짙게 끼고 혹은 서리가 얕게 내리고

그 서리 위로 아침 햇살이 올라올 때의 반짝임을 잠시 멈추어 서서 볼 수 있다면 아이들은 무어라 할까?

 

이번 가을 이동수업을 가서 아침 산책을 나갔을 때,

어린 새싹이 안개 속을 걸으며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 안개가 나를 반겨주는 것 같아요.”

 

이 새싹이 안개를 처음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도시에도 안개는 자주 끼니까.

그런데 이렇게 안개가 나를 반겨주는 느낌을 갖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차량들이 움직이는 소리, 매연,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도시의 아침은 늘 바쁘니까.

 

어떤 날은 아침 가을 들판을 걷다가

뱀허물을 하나 발견하기도 하였다.

20센티 남짓한 그 뱀 껍질은 수많은 이야기를 상상하게 한다.

이 뱀은 허물을 벗어두고 어디로 갔을까?

날이 추워지니 벌써 겨울잠을 자러갔을까?

이 뱀 껍질을 발견한 새싹은 그걸 고이 들고 서울집으로 돌아갔다.

지금은 몇가지 이야기와 함께 잘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가을 뿐이랴,

여름에는 풀밭을 걷고 나면 바지가랑이갸 다 젖는다.

‘호롱호롱 참새 소리에 잠깨어 들로 나가니 풀잎마다 송송이 맺힌 이슬 아름다워~’의

이슬이 아침햇살을 받아 아름답기도 하지만 바짓가랑이를 흠뻑 적신다는

그 감성을 산책을 해보면 절로 경험하게 된다.

 

우리가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감성의 풍성함을 주고 싶다면

아침 산책을 선물하자.

도시에서 마을 뒷산으로 가는 산책도

메마른 도시에서 잘 못 느끼는 계절의 흐름을 보게 해준다.

진달래도 피고 아카시아도 피어 냄새를 풍겨주고,

가을이면 도토리도 한 두개 떨어져 변화를 익히게 해준다.

 

시간과 여력이 된다면

멀리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산촌으로 가서 아침 산책을 선물하자.

거기 있는 모든 환경, 풀과 나무와 새들이

아이들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을 듣고 지켜보게 해주자.

서로 도와야 한다, 양보해야 한다를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의 마음에서부터 여유가 생겨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새싹학교는 매주 월요일 아침은 산책을 하고,

계절마다 이동수업 중에도 아침 산책을 한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대로

새싹들의 몸과 마음에 여유를 한뼘 만들어 갈 것을 조용히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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