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교육 단상
2023.04.26 23:37

암탉을 품에 안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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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학교 농장 체험 이야기....암탉을 품에 안아보다

농장 (12).jpg

 


봄 이동수업 기간 동안 내일새싹학교 학생들이 농장을 방문하였습니다.
농장체험이 있다는 말에 중학생들은 제게 이렇게 물어옵니다.

 

“농장에 가면 닭을 잡을 수 있어요?”

몇 년전 학생들과 농장 닭을 잡아서 해부 실습을 한 적이 있습니다.

농장에서 불과 몇 시간 전까지 꼬꼬 고리며 돌아다니던 닭은 생포(?)해서

털을 뽑아 뱃속을 갈라 내장을 다 꺼내서 본 그 경험은

사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였습니다.

“안해요,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아, 아쉽다~~”

 

이 학생들이 닭을 잡는다는 건 생닭을 잡아 해부한다는 것이 아니고

꼬꼬댁 뛰어다니는 닭을 잡아본다는 말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치킨으로만 만나는 닭을

그것도 살아서 움직이는 닭을 두 손으로 잡아

품에 안아본다는 것이 이 도시의 학생들에게는 꿈속에서나 해볼 수 일이라는 것을

헤아려보지 못했습니다.

 

농장에 가서 살아 있는 닭을 보고

그 닭이 낳은 달걀을 따듯할 때 꺼내서 모으고

닭을 안아본다~~ 이야, 이건 정말 두근거리는 일이라는 걸

나이든 이 선생은 정말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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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오피스 앞에서 모여

닭에 대한 기본 설명과 주의 사항을 듣고

(닭들이 큰 소리를 싫어해서, 아니 큰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달걀을 안 낳을 수도 있다는 소리에 눈들이 동그래져서

닭장 안에서는 살금살금 걸어다녔습니다. ^^)

닭들에게 줄 풀을 뽑고

닭장에 들어갔습니다.

 

닭장에 닭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옆으로 난 작은 통로를 통해 놀이터(방목장)으로 오가는 것도 신기했고

닭들이 조용하고 약간은 어두운 곳에서 왕겨가 푹신한 곳에서

알을 낳아둔 것도 신기했습니다.

그 달걀을 하나씩 꺼내서 바구니에 담는데

세상에, 달걀이 따듯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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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은 지 얼마 안된 달걀을 들고 조심조심 바구니에 옮겨 담았습니다.

이 달걀들을 품으면 병아리가 된다니

어린 학생들은 병아리를 키우고 싶어 근질근질 해지는 눈빛입니다.

 

달걀을 다 모으로 난 뒤

나이든 중학생들이 암탉을 잡았습니다.

닭을 처음 보는 학생들도, 닭이 은근히 무서운 새싹들도

“나도 만져보고 싶어요“

다들 닭에 손을 대 봅니다.

살아있는 닭을 만져보는 것도 처음일 겁니다.

닭 털이 부드럽기도 하고

깃털이 억세게도 느껴지고, 아무튼 살아있는 닭을 처음 만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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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탉을 잡고 난 남학생이

“저, 수탉도 잡아봐도 돼요?” 합니다.

“그럼요, 잡아보세요.” 하는 농장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우왓, 거센 수탉도 잡아 올려 안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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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방목하는 내일농장에서 수탉들은 얼마나 거만한지 몰라요.

농장 길에 풀려나온 닭들 사이에서 붉은 벼슬의 수탉들은 눈을 모로 뜨고

목소리 크게 하면서

여기가 자기 영역이고 여기에선 자기가 대장이라고 얼마나

잘난 체를 하는지, 지나가는 저에게

“빨리 지나가요, 여기서 어물쩡거리지 말고!”하고 소리치듯이

꼬꼬택 , 꼬끼요~ 소리를 하도 질러대면서 길에 버티고 서서

길을 가기가 어려울 지경이었거든요.

그런 수탉도 남학생 손에 잡혀 안겨있는 것을 보니 저는 속으로 고소하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흥, 잘난 체 어지간히 하더니

우리 학생 손에 잡혀서 가슴에 조용히 안겨있는 것 봐, 아이고 잘되었네.‘

 

이제 우리 학생들은 ‘닭’하면

양념입고 튀겨진 닭이 아니고

꼬꼬댁 거리며 뛰어다니는, 건강한 닭을 떠올릴 듯 합니다.

 

서울로 돌아와서 어린 학생들은,

내일농장의 달걀로

병아리를 부화시켜서 좀 키우다가

여기 이동수업올 때 가져다 주자는 이야기를 합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학교 옥상에서 병아리를 한 번 키워볼 계획을 세워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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