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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이 먹기 싫을 때, 솔직하게 말을 하자면...

 

튀김우동.jpg

 

 

한강 공원으로 자전거를 타러 나갔을 때 일입니다.

점심은 공원내 편의점에서 각자 먹고 싶은 것을 골라서 먹는데 한강공원에서 라면 끓여먹는 것이 좋아서 한강에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4천원에 끓여 먹는 일반 라면도 맛이 있습니다. 저는 늘 0라면을 끓여 먹습니다만 새싹들은 금액에 맞추어 여러 가지를 고릅니다. 서울시에서 주는 점심값은 6천원입니다. 음료수는 안됩니다.과자도 안됩니다.점심으로 인정(?) 될만한 것들을 먹어야 합니다.

 

이날도 새싹들은 컵라면 (컵라면도 종류가 정말 많습니다. 우동, 라면, 자장면 종류까지...) 과 빵, 삼각김밥, 소세지, 우유 등을 금액에 맞게 열심히 계산을 하면서 고릅니다. 6천원 넘는 것은 안되고 6천원 보다 적은 것은 아깝고... 덧셈, 뺄셈 계산은 절로 됩니다. ^^ 덧셈 계산뿐만 아니라 한정된 금액으로 자신이 만족할 만한 것을 골라야 하니 경제 공부도 절로 됩니다.

아무튼 점심 고르는 일은 즐겁습니다.

 

이날 튀김우동을 고른 한 새싹이 국물만 남기고 다 잘 먹었습니다.

지난 번에는 같은 것을 맵다고 거의 먹지 못하고 버렸던 것이 생각나서, 제가 물었습니다.

 

‘이번에는 다 먹었네?’

‘네.’

‘지난 번엔 맵다더니 오늘은 괜찮았나요?’

‘지난 번에는 고추가 제 것에 많이 들어있덨던 것 같아요.’

‘그걸 리가... 공장에서 딱 무게를 달아서 넣는 것들일텐데 , 그럴 리가 없을 것 같아요.’

‘....’

‘혹시 다른 이유가...?’

‘지난 번에는 배가 불렀어요. 또 그 때는 라면을 많이 먹는 중이어서 라면에 질린 것도 있구요.’

‘그렇군요. 그런데 왜 매워서 못 먹는다고 했을까요?’

‘.....’

 

어른인 우리도 늘 솔직하지는 못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린 나이에 상황에 따라 말을 쉽게 하는 것은 어른들의 잘못이 크다고 봅니다.

아니, 어른들이 잘못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라면이 먹기 싫은데 먹어야 할 때도 있었을 것이고, 싫은 것을 이야기했을 때 어떻게 그런 말을 하냐고 윽박도 당했을 것이고, 아무튼 아이에게는 언론의 자유가 없었던 시절이 있었나 봅니다. 그래서 눈치를 보고 상황에 맞게 적당히 둘러대고 그렇게 지내온 듯 합니다.

 

뭐 그런 것을 이렇게 글로 장황하게 쓰냐구요?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드러내지 못하고 상황에 따라 말을 하며 살다보면,

어른이 되어서 자기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자기 진짜 생각이 무엇인지 모르고 사는 사람이 됩니다.

더 심한 것은 주변상황에 자신을 맞춰가는 사람이 된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모르고 그저 끌려서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야단치지 말고, 아이가 편안하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돌아보아 줍시다.

라면 먹기 싫으면 라면 말고 먹고 싶은 것을 먹게 합시다.

싫은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고 하고 싶은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니 들어 줍시다.

 

아니, 충경선생니, 그 때, 라면 먹기 싫어서 버렸을 때 선생님이 강요한 거 아니예요?

아니요, 새싹들이 고르고 싶은 거 고르라고 했어요. 그러니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골라놓고는 그렇게 상황에 맞추어 말을 한 것이니까요.

 

이렇게 말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라면먹을 생각으로 골라서 물까지 부었는데, 막상 먹으려고 하니 맛이 없네요.

그만 먹고 싶어요. 다음부터는 좀 더 생각하고 고를 게요.’

 

그럼 저는 이렇게 말하겠지요.

‘그러세요. 다음 부터는 먹고 싶은 것을 골라요.’

(물론 음식이 아까워서 조금 가재눈을 하고 볼 수도 있어요. 아주 잠깐동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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