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여 발을 보지 말고..

 

언젠가 수업시간에 도입부로 이론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가 처한 상황(루게릭병)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고자 했던 것들(우주 연구)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티븐 호킹이 마지막 강연에서 한 명언(아래 문구) 있는데, 그 명언 중 ‘발’과 ‘별’을 빼고 00으로 표시하여 무엇이 들어갈지 팀별로 얘기하게 해보았다. 학생들은 땅/하늘, 발등/비행기, 땅/우주 라고 이야기했다. 시야를 넓게 보라는 의미인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우주를 탐구하는 시간이라 그랬을까? 뜻을 잘 유추해냈다.

"고개 숙여 발을 보지 말고, 고개 들어 별을 보라."

 

작년에, 코로나19라는 어마어마한 바이러스가 없던 그 시간의 여름에 제주도로 학생들과 이동수업을 갔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윈드서핑을 했다. 한창 운동신경이 발달하고 있는 학생들은 금방금방 배웠다.
(나도 같이 배웠는데 내가 제일 느렸다..)
강사선생님이 끊임없이 외쳤다.

 

"발 맡을 보지 말고, 가야할 곳을 보세요!"

 

돌이켜보면 이 말도 스티븐 호킹이 했던 말과 이어져있지 않을까.
당장 나의 현실만 본다면 여러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점들이 있다. 그런데 대부분 그것에만 집중하다 보면 부정적으로 흘러가더라.(‘나는 왜 이럴까’, ‘이것밖에 못 할까.’ 와 같은..)
현실에 서 있되, 시선은 늘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을 향해있으면 적어도 부정적으로 휩쓸리지는 않게 됨을 여러번 느낀다.

가을학기에는 자람과정 아이들과 코스모스1을 공부하고 있다. ‘우주의 탄생’ 부터 시작하여 ‘별’, ‘행성’.. 범위를 좁혀오고 있다. 다음주 주제는 드디어 ‘지구와 생명’이다. 추석연휴의 말미에서 밤 산책을 다녀왔다. 하지 못한 일들이 산더미지만 어쩐지 산책이 꼭 하고 싶었다. 길을 걷다 보니 밤하늘에 보름달과 그 위쪽 옆에 붉은 화성이 떴다. 사진을 찍어 아이들에게 보냈다.(마침 한 학생이 지난주에 화성의 붉은 이유를 발표했었다..^^) 지난번에는 목성이 떠서 목성을 보라며 보냈는데, 한 학생이 정말 보인다며 신기해했다. 목성은 질량이 부족하여 별이 되지 못한 별이다. 그런데 만약 목성의 질량이 커서 별이 되었다면? 태양계에는 별이 두개가 존재하게 된다. 그러면 지금과같은 지구가 있었을까? 우리가 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그냥 여기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경이롭다. 그리고 왜 발이 아닌 별을 보라고 하는지, 가슴 깊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