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감정이 시냇물처럼 흘러다닌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하기 싫어, 귀찮아 부터 ‘우이 씨, 나 좀 내버려둬’하는 작은 여울도 있는 듯하고
어떤 때는 나를 설마 미워하기야 하겠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마주치는 두 눈에 미움이 가득 넘쳐서 감짝 놀라게 되는 ‘째려보는 눈’도 만난다.
(이런 학생들에게는 밤마다 전투가 벌어지는 듯하다.
밤사이 각종 미디어 안에서 혹은 미디어와 전투가 벌어지고 그 싸움의 흔적들을 안고 학생들은 학교로 온다.
책상에 엎드려 늘어지고 눈에 피로가 쌓여있는 채로 하루가 시작된다.
도시에서 피끓는 사춘기 학생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몇 몇 학생들에게는 너무 고달프고 힘든 일이다. )
그런 시끌시끌한 시냇물 속에 손을 푹 넣어 소리 없이 흔들어서
가라앉은 찌꺼기들을 휘리릭 휘저어 흔들어서 떠내려 보내듯
마음 한편에서 불끈 힘을 내어본다. 오늘은 어쨌든 즐거운 분위기가 되도록 마음을 내어보겠어 하고.
대체로 교사가 마음을 내어 즐겁게 가야겠다 애를 쓰면 또 그렇게 분위기가 흘러간다.
학생들 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터기가 있어서
‘어디 보자, 정말 즐겁게 갈 생각이 있는 거야, 진심이야?’하고 재어보고
진심의 함량(?)이 차면 슬쩍 방향을 틀어주는 듯하다.
아주 단순한 그러나 진심이면 움직이는 미터기처럼.
그러고 나면 무엇을 하든 아주 집중하는 분위기가 된다.
또 그런 시간이 되고나면 그리 밉게 날 째려보던 학생들도 아주 다정스레 다가온다.
그래서 아침마다 내가 시냇물의 흐름을 맑게 하는 옹달샘이 되기를 다짐한다.
그래도 안될 때, 사춘기 남학생들의 대책없는 늘어짐에 평온심이 흐트러지려고 할 때,
학생들 앞에서 눈을 감고 외친다.
‘나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시고!’ 그리고 나면 학생들도 웃고 나도 웃고...
그런데 도대체 언제까지
학생들이 밤마다 전투에 참가하게 두어야 하는가?
(에르바르트 뭉크, 결별...네이버에서 사진 따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