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안에서야 고만고만하여 잘 드러나지 않지만, 다양한 상황들이 펼쳐지는 바깥수업이나 프로젝트 수업인 경우에는
자기들의 성향대로 문제를 해결해 가기 때문에 아이들을 잘 들여다 볼 수 있다.
어려운 상황이나, 당혹스런 상황과 맞닥뜨렸을 때 그것을 피하지 않고 해결하려고 무진 애를 쓰는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에 대한 신뢰가 있는 아이들이다. 자신에 대한 신뢰가 있는 아이들은 타인에 대해서도 자신을 믿는 만큼 신뢰를 가진다. 이런 아이들은 밝고 긍정적이며
근기가 있다.
반면, 자신에 대해 신뢰가 부족한 아이들은 문제를 피하거나, 몰입하지 못하고 문제의 주변만 서성거린다.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엄두를 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해결해주기만 기대한다. 이런 아이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도 신뢰하지 못하는 편이다. 당연히 부정적인 면이 많이 보이고 몰입하는 것을 힘들어 한다. 다른 사람 일에는 많이 간섭하지만 정작 자신의 일은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을 많이 보인다.
우리 학교의 장점 중 하나가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처음부터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고등학교까지 다니기 때문에, 아이들의 자라는 과정을 세세히 살필 수가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보이는 모습들 뒤에 어떤 배경이 깔려 있는지에 대해서 들여다볼 수 있는 경험들이 있다.
살펴본 경험에 의하면 아이들이 자신에 대해 신뢰를 쌓는 시기는 아주 어린 시절이라고 생각된다.
갓 태어나서부터 아이들은 끊임없이 내가 살아갈 만한 세상인가, 주변은 내가 믿을 만한 곳인가,
나에게 먹을 것을 주고 보살펴 주는 사람을 나는 믿을 만한가를 타진하는 듯하다. 자라면서는 엄마를 벗어나,
주변 어른이나, 유치원 선생님, 학교 선생님으로 이어지는 듯하다. 아이들이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믿어주고,
반응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신뢰가 쌓이고, 자신이 아무리 이야기를 하여도 거절당하거나, 반응을 얻지 못하면 결국
아무도 믿지 않게 되고, 타인뿐 아니라 자신에 대해서도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펼쳐진다.
우리 학교 주말 캠프에 온 어린 아이 하나가 ‘내일새싹학교는 마음대로 하는 학교’라며 엄청 좋아한다.
‘마음대로’라는 것은 아무도 어떻게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 것 때문에 자유를 맘껏 느끼는 것‘이라는
그 아이 어머니의 부연 설명이다.
우리 학교는 ‘마음대로’ 하는 학교는 아니다. 다만,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가 원하는 바를 하도록 배려해주고,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하고픈 말을 하게 해주며 아이를 존중해준다. 이런 과정에서 아이는 신뢰를 배우기 때문이다.
스스로 신뢰는 참 중요하다. 스스로 신뢰는 다른 사람의 나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손바닥정원 수업하러 청명원 올라가는 길에 있는 호수. 호수에 반영(反映)된 산.
신뢰를 주고 받은 관계로 자람하는 학교에서의 삶이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값진 선물인 것 같습니다.
스승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