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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_155431(0).jpg

 

 

 십일 년 전 전인학교를 처음 열고 전인생활관(기숙사) 문을 열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청소년들과 함께 생활을 하였다.

당시 3층까지 된 생활관을 층별로 나누어 남학생, 여학생으로 나누어 썼고 일주일에 한 번 4명이 함께 쓰는 생활관 방을 점검하는 일을 했는데 초기에는 웃지 못할 이야기들이 많았다.

 

 어느 금요일, 이 날도 생활관 점검을 하는 날이었는데, 남학생 방 옷장( 당시 4인실이었고 침대와 책상, 옷장을 각 각 한 개씩 사용하였다.) 에서 뒤틀린 채로 굳어진, 수세미가 되어버린 옷이 한 가득 나왔다.

 

“ 이게 뭡니까?”

“ 빨래를 하라고 해서 한 거예요.”

“빨래를 했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드럼 세탁기에서 빨래가 다 되었다고 해서 꺼내 놓은 건데요.”

그러니까, 말인 즉, 빨래를 쌓아두지 말고 하라고 해서 세탁기에 넣고 했고,

빨래가 다 되었다고 가져가라고 해서 가져다 놓았다는 것이다.

 

“아니, 빨래를 다 했으면 널어야지.”

“ 아, 세탁기에서 그냥 꺼내면 입는 거 아니였어요?”

“아니, 이 사람아, 세탁기에서 가져온 빨래는 널어서 말려야 입는 것이고,

이렇게 세탁기에서 나온 채로 옷장에 넣어두면 어떻게 입냐고요…”

“아, 그걸 알려주셨어야지요….”

 

 이 대화의 주인공은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던 남학생이였고 이 학생은 지금은 26살,

군대도 다녀왔을 거고 훤칠한 청년이 되어 서글서글하게 웃고 있으리라 상상이 된다. 

지금은 세탁기에서 나온 빨래감들을 털어서 건조대에 널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아니, 제 옷은 제 손으로 빨아 널고 걷어 입는 습관은 되어 있을까?

 

 올해 여름, 자람과정 마음을 맞추어가는 반과 5주간의 이동수업을 하면서

10년 전과 그닥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는 남학생들을 매일 만났다.

자기가 쓰는 방- 자기 텐트를 아침마다 정리하는 것,

자기가 쓰고 난 공간, 책상 밥상 처음대로 정리해두기,

자기가 먹은 그릇을 단정하게 씻어두었다가 다음 끼니에 다시 담아 먹기,

속 옷은 매일 갈아입고 빨아두기…. 이게 어려운 남학생들을 만났다.

 

아, 중학교 1, 2학년 열 넷 열 다섯의 나이에 매일 의식주를 자기 손으로 해결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사실 어른 남성들도 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이 기본적인 의식주를 자기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아침에 일어나 덥고 잔 이불과 요를 개고 (침대라면 이불을 단정하게 정리해두고),

아침 식사를 하고 난 뒤 자기가 먹은 밥그릇은 자기가 씻어두고,

저녁에 집에 돌아가 옷을 갈아 입으면 옷을 털어서 세탁기나 세탁물 바구니에 넣어두고,

건조대에 널린 옷은 가져다 개어서 입고, 혹은 세탁기를 돌려서 건조대에 널고,

자기가 쓰는 방은 자기가 청소를 하고 잠이 든다. 이게 어려운 일일까?

 

 이런 작은 일들을 분담해서 하면 누군가가 집안일에 쓰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고,

어머니나 부인들이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일을 자신이 하는 건강한 풍토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나는 이것을 생활력이라고 생각한다.

어디에 있든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자신의 기본적인 생활을 해나갈 수 있는 힘, 생활력.

옷과 거주 공간과 자기 입에 들어가는 음식을 준비하고 뒤처리 할 수 있는 자세.

이 생활이 되고 나서야 그 위에 미션도 프로젝트도 하나씩 올릴 수 있다고 여겨진다.

마치 기반이 튼튼히 자리잡아 지어진 건물이 한 층 한 층 올리듯이

우리 학생들의 지혜와 지식도 하나씩 쌓아 올려 질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새싹들을 하나씩 일상에서 연습을 시켜 근육을 붙게 하였으면 좋겠다.

주체적인 인간으로 자기 생활의 기본을 해나갈 수 있게,

이제부터 자기가 먹은 밥그릇은 자기가 씻고 (이게 안되면 개수대에 넣고 물을 담아두는 것이라도),

빨래할 옷은 털어서 세탁기에 넣고,

자기 방 청소는 자기 손으로 하고 자는 것을 매일 하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동수업을 갈 때는 그런 기본 생활이 되었는지를 점검하고

그 위에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싶다.

그래서 학생들이 즐겁게 여유있게 프로젝트를 타고 갈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이 자리를 빌어 그런 기본 생활 훈련을 시켜주신 어머니들께 정말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그리고 우리 학교는 고학년이 되면

이런 생활이 기본으로 갖춰지는 것이 당연한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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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성심 2016.10.04 11:19
    이동수업을 자주 가는 우리 학교 새싹들은 입학 초부터 기본생활을 익히게 되지요.
    처음에는 침낭 개기, 식사준비, 식사 후 뒷정리 등.. 하루종일 선생님들 손이 많이 가지요..
    기본적인 생활을 가정에서도 꾸준히 익혀갈때 자연스럽게 생활력이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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