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교육 단상
2017.03.14 11:02

<나와라 학자!> 학자가 떠난 또 다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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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는 방에서 나와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익숙한 문을 열고 나가면 바깥은 전에 보지 못했던 낯선 곳이다.

낯설어서 왠지 발걸음을 떼기가 망설여지지만 나가 보기로 한다.

밖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두침침하고 짙은 안개가 껴있다.

앞뒤좌우를 구분하기 어렵지만 저기 멀리 희미한 빛이 보인다.

학자는 일단 그 빛을 따라 가 보기로 한다.

어두운 숲 속 길을 달리기도 하고, 자갈돌이 깔린 길을 조심조심 걷기도 하고,

진흙탕 길을 무거운 발걸음으로 걷고, 들판 길을 시원하게 달리기도 한다.

어느 순간에는 절벽 사이에 난 길을 걷고 있고, 다른 순간에는 모래 사막언덕 길을 힘들게 오르고 있기도 하다.

언제 이 길이 끝나 저 빛에 닿을 수 있을까 푸념을 하고 싶지만 빛이 조금씩 환해지고 가까워져 오고 있어 멈출 수가 없다.

긴 시간이 지나 도착한 곳은 어느 산 속에 있는 오두막이다.

학자는 조심스럽게 들어가 보기로 한다.

 

오두막 안은 환하고 학자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것들이 많이 있다.

방 안 한가운데에는 탁자가 있어 그 위에는 꽃병이 있고, 먹을거리가 있고 은은한 초가 켜져있다.

벽에는 가족 사진액자와 여러 가지 장식물이 걸려 있고, 기분 좋은 음악이 흐르고 있다.

학자는 너무나 편한 이 공간에서 지쳤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낀다.

이때 편안한 기분을 느끼는 것도 잠시, 학자는 자신의 형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얼굴과 몸이 없이 검은 형체로 계속 구불구불거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학자는 생각한다. 내 얼굴은 어떻게 생겼더라? 내 몸은 어땠지?

떠올리려 하지만 떠오르지 않는다.

학자는 심지어 길고 긴 길을 달릴 때도 나의 형체가 없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 순간 방 한 쪽에 지하로 내려가는 길이 열린다.

학자는 그 밑으로 내려가 보기로 한다.

지하는 네 면으로 된 방이다.

그리고 환한 빛으로 가득 차 있다.

그 곳에서 학자는 가장 소중한 것을 챙기기 위해 소중한 것을 떠올려본다.

크고 네모난 종이상자가 나타난다.

그 종이상자 안에는 온갖 편지가 들어있다.

부모님에게 받은 편지, 여자친구에게 받은 편지, 학생들에게 받은 편지와 카드 등등

학자는 소중한 종이상자를 가슴 한 쪽에 소중하게 넣어서 보관한다.

그리고 한 쪽 벽으로 다가선다.

 

첫 번째 벽에는 ‘집’ 이라고 쓰여 있다.

집은 어떤 공간으로 연결될까 잠시 상상하면서 문을 열어본다.

학자가 문 안에서 발견한 것은 먼저 소파와 TV다.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던 테이블도 보이고 오랜 시간 편하게 뒹굴었던 자신의 방도 살펴본다.

가족과 별 이야기를 하진 않지만 특별한 음식을 먹는 장면이 지나가고, 소파에 드러누워서 TV 채널을 돌리는 자신의 모습도 스쳐간다.

이제 여기 공간에서 나오기 전에 조각상을 하나 세운다.

학자가 여기서 세운 조각상은 큰 원반을 받친 두 손이다.

학자는 이 공간에서 봤던 것을 마음에 새기고 방을 나와 문을 닫는다.

 

두 번째 벽에는 ‘사회’ 라고 적혀있다.

사회라는 문을 열고 들어서자 교실이 드러난다.

교실 안에는 아이들이 재잘대고 뛰어 다니고 있다.

저기 어디선가는 동료교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학자는 이곳에서 아이들과 장난을 치던 모습을, 밥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생각대로 되지 않아 속상했던 모습을, 여행을 가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발견한다.

이 방에서 학자가 세운 조각상은 아이, 어른 구분 없이 여러 명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학자는 이 방에서 본 것을 기분 좋게 여기고 방을 나와 문을 닫는다.

 

세 번째 벽에는 ‘사랑’ 이라고 적혀있다.

사랑이라는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리움의 감정이 밀려든다.

여자친구와 있었던 즐겁고 사랑스러운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간다.

또 한 편에선 학자가 좋아하고 어울리면 유쾌한 친구와, 후배와, 선배들과, 선생님들이 나와서 즐겁게 떠들고 있다.

좋은 장면이 계속 흐르지만 학자는 어느 순간부터 미안함을 떠 올린다.

지키지 못한 약속, 쉽게 깨어지는 다짐, 오래 가지 못한 의지

미안함과 쓸쓸함과 외로움을 느끼면서 회한의 감정에 빠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

학자는 얼른 이 방에 새끼손가락을 세운 손 모양을 조각상으로 남긴다.

그리고 추억과 지키지 못한 약속을 생각하며 이 방을 나온다.

 

네 번째 벽에는 ‘또 다른 나’ 라고 적혀있다.

이 방에 들어서자마자 세계 여러 나라의 풍경이 순식간에 휙휙 바뀐다.

그리고 그 속에서 보게 되는 학자의 모습도 가지각색이다.

그러고 보니 여기서의 학자는 여러 얼굴을 하고 있지만 분명히 얼굴을 가지고 있고 몸의 형체를 갖춰 옷도 입고 있다.

아직도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검은 형체로 있는 학자는 놀라우리만치 여러 곳에서 많은 변신을 하고 있는 또 다른 학자를 놀라운 눈으로 바라본다.

이 방을 나오기 전 학자는 종이비행기 형태의 조각상을 남기고 나와서 ‘또 다른 나’ 의 방문을 닫는다.

 

이제 가운데에 신비의 의자가 놓여있다.

찬란한 금으로 만들어진 의자는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대답을 해주는 신기하면서 신비한 의자이다.

학자는 머뭇거리며 신비의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 의자에게 질문을 한다.

‘내 모습은 어떻게 생겼지?’

‘거울을 들어 너를 바라봐’

눈앞에 거울이 나타나 학자는 거울을 들어 자신을 비춰본다.

거울 속에는 벌거벗은 한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학자는 그제야 깨닫는다.

내 모습이 이랬구나.

그 순간 학자는 자신의 검은 형체가 거울 속의 모습을 찾아 가는 것을 느낀다.

그렇지만 아직 완벽하진 않아서 검은 형체로 됐다가 나신의 모습으로 왔다 갔다 한다.

학자는 질문을 이어 간다.

‘나는 어떤 사람이지?’

‘너는 자유롭고 싶은 사람이야’

‘자유롭다는 것은 어떤 것을 말하는 거지?’

‘자유롭다는 것은 편안한 것을 말해’

‘편안한 것은 뭐야?’

‘편안한 것은 네가 어떤 위험도 느끼지 않고 있는 그대로 몸을 맡길 수 있는 것을 말해’

학자는 잘 모르겠지만 자유라는 단어에 고개를 끄덕끄덕 한다.

 

이제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

학자는 원래 있던 방으로 돌아가야 한다.

환한 지하실에서 오두막 방으로 올라간다.

오두막 방으로 올라오니 이제 제대로 얼굴과 몸을 갖추고 옷도 입고 있는 것을 학자는 발견한다.

학자는 오두막 방의 정겹고 편안한 분위기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느끼고 오두막 바깥으로 나가는 문의 손잡이를 잡는다.

이 문만 나가면 원래 여행을 떠나기 전 학자의 방으로 돌아가게 된다.

학자는 손에 힘을 줘서 문손잡이를 돌린다.

익숙한 학자의 방이다.

 

20170314_074712.jpg

 

 

개인적으로 최근에 연극치료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이번에 연극치료의 핵심요소에 대한 이론을 듣고 관련된 내용을 프로그램으로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강사님이 ‘인생 만다라’ 라는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지난 금요일에 아이들과 다녀왔던 ‘어둠속의 대화’ 와 비슷하면서 다른 느낌이 이색적이었습니다.

어둠속의 대화가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을 일깨우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성을 확인하는 시간이라면 이번 인생 만다라는 자신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과거와 현재의 나를 대면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눈을 감은 채 강사님의 내레이션에 따라 의식을 이동하면서 때로는 또렷하게, 때로는 흐릿한 이미지를 접하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끝나고 각 방에서 겪었던 것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옆 사람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때 연극치료의 요소 중 하나인 공감/거리두기에서 제 3자의 입장에서 서술하는 것을 연습했는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글로나마 정리를 하고 싶었습니다.

끝나고 느낀 것 중에 하나는 아직 제 자신에 대한 모습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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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지성심 2017.03.15 09:57
    학자선생님, 연극치료 수업에서 배우고 느끼신 내용을 잘 정리하셨네요~ 화이팅!!!
  • ?
    충경 2017.03.15 10:53
    배움에 열성을 보이는 선생님 모습에 지지 보냅니다. 이렇게 내용도 공유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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