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답사는 걷고 또 걸으며 역사 유적들을 돌아보고
현장에서 당시의 이야기를 들으며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하고
질문을 던지기도 하는
사실 힘이 많이 드는 수업이기도 하다.
이번 가을 강화 답사는 청동기 고인돌부터
초지진 신미양요의 포탄이 날리던 현장까지
강화도를 한편으로 훝어내리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외규장각에서는 관람객이 적은 틈을 타
마룻바닥에 주저 앉아서 조선의 이야기를 들었다.
병인양요 프랑스군의 무지막지함을 통해
외세란 주로 침략과 노략질의 모습으로 다가옴을 실감하기도 하였다.
답사하는 내내 흐린 가을날 볕이 비추다가 숨기도 하며
가슴 저리는 역사 기억과는 별도로
보는 모든 풍경이 아름답게 보이는 시간이었다.
코로나로 이동수업도 없이
교실과 컴퓨터화면에만 붙잡혀있던
학생들이 얌전히 긴 이야기를 듣고 있을리는 만무,
고려궁지의 볕 좋은 잔디밭,
강화성공회 교회의 단아한 아름다운 정원이
온통 뛰어다닐 바깥마당이 되었다.
연미정의 언덕배기를 서로 뛰어올라가는 모습을 보면
보는 사람 입에 절로 웃음을 띄게 만드는
생생한 활기가 넘쳐났다.
문제는 공성보, 신미양요 당시
전투에 참가한 거의 모든 사람이 전몰을 한 그 장소는
언제 가도 가슴이 먹먹한 곳이다.
학생들을 잠시 불러모았다.
“여기는 당시 전투에서 어재연 이하
모든 장졸들이 전사한 격전지이니,
여러분은 어쩌고 저쩌고....%@#~~”
그러고선 학생들 대열이 조용해졌다.
광성보를 끝까지 걸어간 후 맨 마지막 돈대,
용두 돈대를 돌아나오는데
학생 한 명이 담임에게 묻는다.
“선생님, 저희 언제 떠들 수 있어요?”
그 진지함에 많이 웃었다.
내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빛나는 가을 오후,
광성보 앞바다를 비추는 석양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찍는 사진마다 작품인 그 곳에서
한참을 웃었다.
가슴 뻐근해지는 역사도
자랑스러운 역사도
결국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자세와 태도로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나 나가는 것일 터,
이 순한 학생들과 함께 걸어갈 길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