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8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3일차1012 (239).jpg

 

 

올해의 지리산 종주 프로젝트는 여러모로 새로운 길이였다. 5,6학년이 같이 가는 예년의 지리산 종주와 무엇이 다를까 싶지만 해마다 그렇듯이 새싹들의 생김새가 다르듯 해마다 하는 프로젝트도 색깔이 다 다르다. 힘이 드는 정도, 일정, 먹는 것 조차, 산 봉우리에서 느끼는 느낌조차.

3일차1012 (12).jpg

 

올해 5학년 여자 새싹 두 사람은 유난히 몸집이 작고 여릿여릿하다. 평소 외식을 할 때도 짜장면 한 그릇을 혼자 다 먹지 못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오후가 되면, 아니 어떤 날은 아침 첫 시간부터 다크써클이 아래로 한참을 내려와 있기도 하였다. 이 여린 새싹들과 지리산 종주를 한다? 가능할까? 아니, 해야할 의미가 있을까? 너무 여린 몸에 과도한 시도가 아닐까?

여름학기가 끝나고 가을학기, 지리산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각자에게 원함을 물었다. 다들 가고 싶어하였다. 좋아, 그럼 갈 수 있게 준비를 해보자. 아침 저녁으로 스쿼트를 100개씩하자, 줄넘기는 매일 2000개 씩 하자. 수업을 하다가도 생각이 나면 책상 옆으로 나와 서서 스쿼트를 하였다.

북한산에 두 번을 오르고 관악산을 한 번 올랐다. 처음 간 대남문 코스는 거의 평지 수준인데도 힘이 든다고 하더니 마지막 관악산을 종주할 때는 5키로 이상의 짐을 메고도 쉽다라고 하였다. 이 정도면 갈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무엇 보다도 3박4일이던 예년보다 길게 4박 5일을 하기로 한 것이 마음을 편히 먹게 하였다. 종주도 화대가 아니라 천왕봉에서 백무동으로 바로 내려오는 길을 택하였다.

3일차1012 (161).jpg

 

종주 첫날, 남부터미널에 도착하고 보니 내가 배낭을 35리터 작은 것을 메고 온 것을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이런, 이렇게 여유 공간이 없어서야 앞으로 벌어질지 모를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잠시 걱정이 일었으나 그대로 가보자 마음을 먹었다. (나중에 이런 이유로 새싹들의 짐을 덜어주어야 할 상황에서 지구인님이 엄청 고생을 하게 되었다. 이점 미안하고 감사하다.)

4일차1013 (89).jpg

 

 

종주를 마치고난 지금 돌이켜 보면 새싹들은 참 열심히 갔다. 평소에 그리 많이 걷지 않았던 새싹들 일부는 2시간이 지나면서 발바닥의 통증을 호소하기도 하고 발목이 아파서 울기도 하였다. 그러나 다행히 발목이 삐는 경우는 없었다. 보드라운 살결에 가시가 쉼 없이 박혔다. 나무로 된 난간을 잡고 가다가, 심지어는 돌을 짚다가도 가시가 박히곤 하였다. 그래서 쉴 때마다 손톱으로 가시를 빼느라 여린 살들을 어지간히 쥐어짜기도 하였다. 그러나 못걸을 정도로 다친 사람이 없어 감사하였다.

2일차1011  (54).jpg

 

4박5일동안 종주를 하다 보니 새벽에 일어나 서두르는 일이 없어서 좋았다. 느지막히 움직이다 보니 처음으로 노고단 정상에 올라가 볼 수 있었다. 새벽 산길의 두근거림은 없었지만 모든 것이 여유있게 구름조차 여유있게 흘러가는 듯하였다. 한번쯤은 자보고 싶었던 세석대피소에서도 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천왕봉에 올랐다 내려오는 길에는 1시간 정도를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쉴 수도 있었다. 어두워지는 하늘을 보며 걸음을 재촉할 때의 타는 속도 없었다. 새싹들은 등산지도에 표시된 시간보다 아주 늦게 걸었다. 거의 1키로에 1시간 속도로 걸은 적도 있었다. 그래도 쉬지 않고 걸어가는 그 자세가 고마웠고 뒤처지는 걸음들을 기다려주는 팀웍이 대단했다.

그 간의 종주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다면 이번 종주는 자꾸 재촉하고 싶어지는 마음과의 싸움이었다. 이렇게 걸어도 돼, 새싹들의 속도를 인정하고 기다려주기만 하면 돼...내가 매일 매일을 모든 산등성이를 넘으며 마음속으로 외운 말이었다. 이렇게 여유있게 걸을 수 있다! 늘 바쁘고 급하게 많은 일들을 처리하느라 종종 걸음이 습관이 된 나에게 참으로 새로운 경험이었다. 누구든 자기 속도대로 걸을 수만 있다면 여유있게 갈 수 있고 목표에 도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구나라는 당연한 일을 알게 된 경험이었다.

2일차1011  (130).jpg

 

그 외 몇가지 지리산 종주와 관련된 점을 기록을 위해 적어두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내일새싹학교가 9년제 과정으로 확대되면서 지리산종주 프로젝트도 자람과정, 중1이나 중2과정인 7~8학년 과정으로 올라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5학년보다는 중학교 1학년이 겪기에 더 수월하고 의미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아마도 내년 교과과정 편성부터는 적극 검토 실행되어야 할 듯 하다.

또 모든 프로젝트가 그러하듯, 한 가지 프로젝트 내에서도 새싹들의 상황에 따라 다른 미션이 주어지는데 지리산 종주도 여력만 있다면 여러 코스로 나누어 진행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 해의 경우도 백무동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갈 새싹과 중봉을 넘어 치밭목으로 화대종주를 할 새싹으로 분리해도 되었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나누는 기준은 체력을 기준으로 좀 더 성취감을 맛볼 수 있게 목표지점을 나누면 좋겠다는 점에서 제안을 하는 바이다.

 

 

 

 

어쨌거나 올해도 지리산 종주를 무사히 마쳤다. 해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새싹들의 순수한 열정에는 늘 감탄스럽다. 힘든 과정을 스스로 택하고 도전하고 성취해내는 모습은 언제나 감동이다. 이 힘이 이들을 더 넓은 세상으로 더 깊은 삶의 경험으로 이끌어 갈 것을 믿는다.

걱정되는 마음들을 표내지 않고 새싹들을 한 없이 격려해주신 부모님들께 감사드린다. 특히 어려운 여건에서도 묵묵히 도우미 교사로서 같이해주신 지구인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4일차1013 (28).jpg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1 아이들은 놀면서 생존한다 3 file 지성심 2014.10.08 1956
60 걱정이 많은 아이 3 file 지성심 2014.10.08 1846
59 사랑이 고픈 아이 3 file 지성심 2014.10.08 1655
58 장보러 가는 아이들 1 file 지성심 2014.10.08 1942
57 손바닥정원은 어떤 교육적 가치가 있을까? 2 file 지성심 2014.10.08 2003
56 마음에 드는 나, 마음에 들지 않는 나 1 file 지성심 2014.10.14 2006
55 학교현장에서의 '파동'에 대하여 3 file 지성심 2014.12.03 1374
54 새싹교육 단상 무엇을 배우든 즐겁다. 4 file 충경 2014.12.24 1233
53 새싹교육 단상 가정 터 명 정하기 2 file 충경 2015.01.15 1318
52 새싹교육 단상 우리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 3 file 충경 2015.04.30 247
51 새싹교육 단상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을 할 때까지... 3 file 충경 2015.06.08 356
50 새싹교육 단상 참 아름다운 새싹들^^ 3 file 지성심 2015.06.24 236
49 새싹교육 단상 사람마다 다 다르다. 3 file 충경 2015.07.08 286249
48 새싹교육 단상 나에게 주는 상 4 file 충경 2015.07.24 561
47 새싹교육 단상 내일새싹학교의 열 번째 생일을 맞아 1 file 지성심 2016.04.11 138
46 새싹교육 단상 우리 학교를 대표하는 낱말들 2 file 지성심 2016.04.11 176
45 새싹교육 단상 자기 일은 자기 손으로… 남학생들에게 빨래를 가르치자 1 file 충경 2016.09.19 336
44 새싹교육 단상 잊혀져가는 선비정신을 찾아서 file 지성심 2016.10.18 115
» 새싹교육 단상 각자에게 맞는 속도가 있고 그 속도대로 가면 행복하다 file 충경 2016.10.20 189
42 새싹교육 단상 다른 학교와 뭐가 다르지요? file 지성심 2016.11.26 8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 4 Next
/ 4
XE1.8.13 Layout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