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교육 단상
2016.12.16 21:10

사춘기의 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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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 감정이 시냇물처럼 흘러다닌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하기 싫어, 귀찮아 부터 ‘우이 씨, 나 좀 내버려둬’하는 작은 여울도 있는 듯하고

어떤 때는 나를 설마 미워하기야 하겠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마주치는 두 눈에 미움이 가득 넘쳐서 감짝 놀라게 되는 ‘째려보는 눈’도 만난다.

(이런 학생들에게는 밤마다 전투가 벌어지는 듯하다.

밤사이 각종 미디어 안에서 혹은 미디어와 전투가 벌어지고 그 싸움의 흔적들을 안고 학생들은 학교로 온다.

책상에 엎드려 늘어지고 눈에 피로가 쌓여있는 채로 하루가 시작된다.

도시에서 피끓는 사춘기 학생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몇 몇 학생들에게는 너무 고달프고 힘든 일이다. )

 

그런 시끌시끌한 시냇물 속에 손을 푹 넣어 소리 없이 흔들어서

가라앉은 찌꺼기들을 휘리릭 휘저어 흔들어서 떠내려 보내듯

마음 한편에서 불끈 힘을 내어본다. 오늘은 어쨌든 즐거운 분위기가 되도록 마음을 내어보겠어 하고.

 

대체로 교사가 마음을 내어 즐겁게 가야겠다 애를 쓰면 또 그렇게 분위기가 흘러간다.

학생들 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터기가 있어서

‘어디 보자, 정말 즐겁게 갈 생각이 있는 거야, 진심이야?’하고 재어보고

진심의 함량(?)이 차면 슬쩍 방향을 틀어주는 듯하다.

아주 단순한 그러나 진심이면 움직이는 미터기처럼.

그러고 나면 무엇을 하든 아주 집중하는 분위기가 된다.

 

또 그런 시간이 되고나면 그리 밉게 날 째려보던 학생들도 아주 다정스레 다가온다.

그래서 아침마다 내가 시냇물의 흐름을 맑게 하는 옹달샘이 되기를 다짐한다.

그래도 안될 때, 사춘기 남학생들의 대책없는 늘어짐에 평온심이 흐트러지려고 할 때,

학생들 앞에서 눈을 감고 외친다.

‘나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시고!’ 그리고 나면 학생들도 웃고 나도 웃고...

 

그런데 도대체 언제까지

학생들이 밤마다 전투에 참가하게 두어야 하는가?

 

 

에드바르크뭉크 결별.jpg

 

(에르바르트 뭉크, 결별...네이버에서 사진 따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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