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를 넘는 풀들을 뽑아서 수레에 실어 치우는 장면...새싹들은 즐겁게 놀고...^^)
그렇게 개화동에서 텃밭하던 것을 접고
그 유명한 신정동 주말농장에 분양을 받게 되었다. 처음에는 경작지가 없어서 산 밑자락을 엎어서 땅을 만들어 준 곳이라
물 주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다른 밭들과 동떨어져서 멀리 산자락 밑에 있다보니
한참을 돌아내려가서 수도꼭지를 찾아 물을 받아와서 주어야 했다.
그 곳에서 한 2년 정도 농사를 짓다가 드디어
번듯한 경작지 땅을 분양받아 농사를 짓게 되었다.
이번에는 다른 사람들 밭 사이에 있다 보니 물 주기도 쉽고 접근도 쉬었다.
그런데 학교가 3달에 한번 3주씩 쉬는 쉼주간에는 밭에 가볼 시간이 안나서
5월 초 상추랑 치커리를 한 두 번 따먹고 못가본 밭은 풀밭이 되기 일쑤었다.
특히 7월말 여름 쉼주간에는 하루가 다르게 풀이 쑥쑥 자라는 바람에
주변의 단정한 밭 사이에서 우리 밭은 풀이 우거진 우묵밭이 되어
멀리서도 저긴 농사 안짓는 땅인가 싶어질 정도였다.
그러다가 8월 말 가을학기 개학을 하고
가을 농사, 김장 채소를 심을라치면
그 우묵장성이 된 풀들을 캐어 내느라
8월말 더운 날씨에 온 몸은 땀 투성이, 소금 투성이가 되고
그날 밤은 앓아누울 지경이 되곤하였다.
올해도 별 다를 일이 없어 8월 말 밭을 일구러 가니
역시나 풀은 허리를 넘어 바람에 아주 풍성하게 숲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온 힘을 다해 뽑아올리고 찍어 넘겨야 했던 풀들이 쑥쑥 잘 뽑히는 것이었다.
그동안 비가 몇 차례 내리면서 땅이 부드러워진 것도 있었다.
그 보다 더 중요한 다른 사정이 있어서였는데....
학교 텃밭 바로 옆밭의 아주머니가
빈 땅을 풀밭으로 놀려두는 것이 아까워서
5월에 열무를 당신 씨앗으로 뿌려서 가꾸어서 학교까지 배달해주셨다.
우리는 4월에 상추 몇 포기 심고 남겨둔 땅을
옆밭에서 아이고, 이걸 그냥 두다니, 하고 안타깝게 여겨
열무를 심고, 물을 주고 뽑아서 학교까지 배달을 해주신 것이다.
그 열무 정말 맛있게 김치를 담그어 잘 먹었다.
우리는 잘 알지도 못하는 옆밭 아주머니께 이 글에서라도 다시 감사드린다.
그 덕분에, 평소 예년 같으면 같으면
온 힘을 다해 풀들을 뽑아 넘겨가며
땅을 일구어 부드럽게 해야 했던 작업이 수월하게 되었다.
여전히 허리를 넘는 키의 풀숲이지만 술술 잘 뽑히니 일이 정말 쉽게 되었다.
(풀을 다 뽑고 맨땅이 된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