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작 만지작... 머리카락 조물조물 만지기
꼼지락 꼼지락... 손가락으로 여기저기 건드리기
들릴락 말락... 개미 기어가듯 들어가는 목소리...
“선생님, 못하겠어요. 제 목소리가 이상해요. 얼굴이 이상해요. 그 말 안하면 안되요”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기 쑥스러운 새싹들의 한 달 전 모습입니다.
“선생님~저요. 저요. 저요”
“오늘은 제가 먼저 할게요.”
매일 4시가 다가오면 교실 여기저기에선 손 흔들며 난리가 납니다.
하교 전에 꼭 하고 가는 주요 일정 하나!
겨울학기 시작하면서 스스로 세운 자람목표와 실천약속을 오늘은 잘했는지 점검을 마치고 나면
마지막으로 거울명상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좋아. 오늘은 누가 먼저 하나요?”
자기들끼리 먼저 정해 놓은 순서대로 뛰어 나옵니다.
거을 앞에만 서면 얼음 땡처럼 몸이 굳어지던 잘 생긴 남자새싹.
처음엔 어색해서 거울 속 얼굴을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군 채 옆 눈으로 살짝 거울을 보던 학생이
이젠 두 눈도 깜빡하지 않고 또렷하게 자신을 바라봅니다.
피하지 않고 정면을 응시할 수 있는 자신감도 함께 커졌습니다.
“오늘은 기분 나쁜 일도 있고 힘들었어요. 그런데도 끝까지 잘 견디고 힘내서 잘 하셨습니다. OOO님 사랑해요”
오늘 속이 상했던 여학생은 거울을 보고 털어냅니다.
멋진 남자새싹 차례가 왔습니다.
이 새싹은 얼마 전부터 거울 명상을 하기 전에 휴지로 거울을 깨끗하게 닦습니다.
얼룩이 하나도 없이 정성스레 닦은 후에야 거울 속에 자신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 ................................................... 멋진꿈님
오늘 아침에 OOOO님한테 장난을 했는데 OOOO님이 울었는데 잘 사과를 했더니그 님이 받아줘서 좋았습니다.
오늘은 일기랑 과제도 다 해 와서 마음이 좋았구요. 또 친구들이랑 신나게 놀아서 좋았습니다.
내일은 지각하지 말고 더 힘냅시다. 멋진꿈님 사랑합니다아아아~”
30초. 아무 말 없이 거울 속에 보이는 자신을 쳐다본다는 것.
자기 목소리를 자기가 듣는 다는 것,
오글거리는 사랑한다는 말을 자기에게 한다는 것.... 생각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내가 먼저 말을 건네고
내가 먼저 웃어주고
내가 먼저 사랑한다 말해주면
거울 속 나는 더 환하게 웃는 얼굴로 화답을 해줍니다.
아이들은 이 어렵고도 쉬운 비밀을 금방 알아챕니다.
이젠 거울 앞에만 서면 언제 떠들었냐는 듯이 순간 집중을 합니다.
차분하면서도 따뜻한 눈빛으로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로 자신과 만납니다.
“선생님, 저 주말에도 거울명상했어요.”
“선생님, 저는 자기 전에 누워서 애쓰셨습니다, 사랑합니다, 말하고 자요”
“선생님, 이번 가정학습 기간 동안에도 매일 할거에요.”
겨울 가정학습을 마치고 새해에 만나게 될 새싹들의 얼굴이 몹시나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