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교육 단상
2014.12.12 11:19

자식과 겸손

조회 수 1398 추천 수 1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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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입학상담차 오신 학생의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었다.
참 차분하고 조용하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어머니의 말씀 속에서 마음을 울리는 한 마디가 있었다.
그건 바로 '겸손'이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부부가 겸손하게 살기로 하셨다는 말씀을 듣다보니,
나 역시 그 낱말의 뜻을 실감하며, 자식키우는 부모로서 겸손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기에 많은 공감이 되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빛바랜 수첩의 소중한 기록을 다시 들춰본 기분이라 그 감회가 오랫동안 남았다. 
 
학생의 어머니와 면담 후에도 '자식과 겸손'에 대한 여운이 남아 있어서 오늘은 차근차근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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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 아이들의 어린시절.. 7살, 4살, 3살 >

 
결혼해서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보니,
어느 순간에 아이들은 엄마 키를 훌쩍 넘을 정도로 쑥쑥 성장하고
내 머리카락은 점점 하얗게 변해가고 피부의 탄력이 없어지는 것을 보고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곤 한다.
 
첫 아이를 낳았을때, 긴 시간의 산고를 잊은채 밀려오는 무게감은 지금도 생생하게 남는다.
갓 낳아서 누워있는 핏덩이를 바라보며, 한 생명을 평생 책임져야 한다는 책임감은 양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그동안 나 혼자 몸으로 살아오다가 처음으로 느낀 생명에 대한 책임감과 삶의 무게감이란 이런 것인가?
마치 내 몸에 늘 따라다니는 그림자같은 느낌도 들었다. 나와 평생 함께 가야되는..
 
그때부터 '나'라는 존재는 없었던 것 같다. 
내 몸을 빌어 이 세상에 귀하게 태어난 한 생명에 대한 책임감으로 밤잠을 설치고,
생계를 위해 직장을 다니면서 육아를 병행하는 고달픈 시간이 이어져도 힘들지만 힘든 줄 모르며 살아왔던 것 같다.
 
그러면서 아이의 재롱을 보면서 고달픈 삶의 무게가 옅어짐을 느낄 때, 둘째와 셋째가 태어나면서 점점 더 '나'는 사라져감을 느꼈다.
 
 
옛말에 '열손가락 깨물어서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고 했던가?'
세 아이들 마다 상황에 따라 엄마로서 다가가는 마음의 질감이 달랐다.
몸이 아프면 안쓰러운 마음으로, 떼를 쓰면 단호하게, 재능이 보여지면 영리하다고 느껴지고, 반응이 느리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모든 부모들의 눈에는 자식들이 모두 최고로 보인다. 
그러나 여러 마음들이 교차하면서 '우리 아이는 특별하다'라는 우월감(?)을 내려놓게 되었다.
오히려 아이들 각자가 갖고 태어난 다움대로 잘 꽃피워나가길 바라는 믿음이 마음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찾아오는 것이 바로 '겸손'이란 마음이었다.
특히, 아이가 아프거나, 다치거나 할 때에는 그 마음이 더 가중되는 것 같다.
자식 대신 아파주지 못하는 마음 때문일까? 내가 뭘 잘못해서 우리 아이가 아플까 하는 자책 때문일까?..등등 
 
부모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다 보니, '나' 라는 의식으로 살 때에는 한없이 개인주의, 이기적으로 빠지기 쉽겠지만,
다행히도 인간에게는 자식이란 귀한 스승을 통해 삶에서 여러 가지를 배우고 깨닫게 되는 것 같다. 
 
특히, 그중에서도 겸손한 삶의 자세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가장 중요한 근본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눈을 지니게 해주는 것 같다.
 
 

아무리 세상이 변해서 과학과 기술이 최첨단을 걷고 있다고 해도 인간에 대한 물음, 인간성에 대한 요청은 많아지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는 어떤 변화의 물결이 다가와도 의연하게 세상을 살아갈 인간성과 삶의 자세가 갖춰지면 좋을 것 같다.

 
마음을 활짝 열고 세상과 생명, 인간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겸손한 태도는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산일 것이다.
이런 자세야말로 귀한 생명을 잉태하고 낳아 기르는 부모의 기본적인 마음가짐일 것이다.
  
먼 훗날, 세월이 흘러 부모가 늘 가까이 있지 않아도
나의 엄마, 아빠의 겸손한 삶의 태도는 오래오래 마음 한가운데에 향기롭게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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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마음 2014.12.13 13:45
    ^^... 세월이 흘러도 부모님의 겸손한 삶의 태도와, 다 나열 조차 하지 못하는 수 없는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과 존경심은 늘 마음 한가운데에 남아 있을겁니다. 엄마 감사해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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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 2014.12.15 14:03
    겸손의 의미를 새삼 다시 성찰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식이 아니라, 저를 통한 손님이자 동반자라고 생각하면서, 그렇다면, 저를 더 낮추고, 욕심과 기대를 내려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가 아이들을 우리아이처럼 여겼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보니, 세월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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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빛 2014.12.16 17:14
    정말 귀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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