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웠던 '의좋은 형제'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형님네 더 드시라고, 아우네 더 먹으라고 밤중에 몰래 볏짐을 지어다 날르는 형제 이야기..
국어교과서에나 나오는 미담이 아니라, 각박하다는 세상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고 있어서 마음이 흐믓해진다.
우리 학교 새싹들은 참 의좋은 남매들이다.
매주 월요일 아침에 산책을 갈때면 언니, 오빠들이 동생들 손 꼭잡고 가고, 오늘 이동수업 가는 전철 안에서도 빈자리가 나면 주변에 어린 동생들부터 자리에 앉히기 바쁘다. (덕분에 나도 경로우대(?) 받아서 고학년 새싹들이 권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자리가 없어서 서있게 되면 키 작은 동생들은 손잡이를 잡을 수 없다고 넘어질까봐 손을 꼭 잡고 선다. 기차역에서 화장실에 갈때도 손을 꼭 잡고 다녀온다.
이런 광경은 마치 가정에서 엄마가 아이들 챙기고 다독일때 모습들이 우리 학교 고학년들한테서 자연스럽게 보이는 모습들이다.
'내리사랑'이라고 했던가?
고학년 언니, 오빠들의 아름다운 마음씨는 내리사랑으로 후배사랑으로 이어져가고 있다.
선생님들이 강요하지 않아도 우리 학교는 그렇게 서로를 배려하는 문화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졸업한 선배들의 사랑을 받은 후배들은 다시 선배가 되어 후배들을 챙기고, 또 그렇게 후배들은 더 어린 후배들을 챙기면서.. 아름다운 마음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 아침에 봉화로 가는 발걸음은 참 가벼움을 느낀다.
가슴 따뜻해지는 아름다운 진풍경을 봐서인지 훈훈한 온기가 마음 가득 남아있다.
각박하고 이기적인 세상의 한가운데에는 이런 아름다운 마음들이 서로를 따뜻하게 해준다.
이렇게 아름다운 학교에서 오늘도 내일의 희망을 꿈꾼다.
(2015. 6. 22 영주행 기차 안에서 적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