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161 추천 수 0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당신의 마음에 꽃을 심어도 될까요?

 

4월 18일 화요일, 시민청 하늘광장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여기에 꽃을 심어도 될까요?」전시회에 다녀와서 문득 떠오른 문장입니다. 패러디를 하고픈 마음은 전혀 없지만 제 안에서 떠올라 머릿속을 맴도는 문장은 한참이나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공간에서 맞닥뜨린 사진과 글귀가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나봅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지고 즐겁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제 스스로에게 다짐도 하게 됩니다.

학교에서는 지금 손바닥정원 수업이 진행 중입니다. 과학수업으로 식물과 생명에 대해서 따로 배우기도 했고 세계의 유명한 정원을 알아봤습니다. 제이드가든과 백두대간 생태수목원을 가서는 가드너에게 직접 안내와 설명을 듣기도 했습니다. 신월5동 마을에서 펼쳐질 각각의 정원 기획서를 점검하고 이제 직접 꽃을 심고 정원을 만들어 갈 예정입니다.

이번에 다녀온 전시회도 손바닥정원 수업의 한 과정 중 가게 되었습니다. 정원에 대한 이해도가 아이들보다 낮은 저는 늘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여기서 무엇을 알아야 할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올해는 관찰을 하고 배워간다 생각하면 되지만 내년에는 직접 해보기도 해야 할 텐데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갤러리에 들어가서 본 사진은 너무나 편안했고 정겨웠습니다. 제가 굳이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도 사진 속 사람의 마음과 느낌이 화분의 꽃과 함께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했습니다. 실제 정원과 꽃을 실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으로만 접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제이드가든과 백두대간 생태수목원보다 더 좋았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저는 정원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정원이나 수목원의 길을 걷는 것은 좋아하지만 꽃이나 나무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대부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갤러리에서 본 사진이 저에게는 더 마음을 끌어당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더럽고 관리가 안 된 화분에 꽃을 심으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도시라는 공간에서 사람에게 관심도 없이 아무렇게나 지나가는 길과 그냥 방치된 곳을 그저 꽃을 심은 것으로 인상이 바뀌었습니다. 화분에 심어진 꽃의 이름은 모르지만 따뜻함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진 속에서 화분을 들거나 가꾸면서 짓는 사람들의 미소가 그렇게 환하고 예쁘게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결국 꽃과 정원보다는 사람의 마음에 공감을 하고 감동을 받나 봅니다.

‘누군가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고 무엇을 준다는 게 가능할까?’갤러리에 있던 한 글귀입니다. 이 문장이 저의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꽃과 사람, 그리고 만나는 공간에서 과연 무엇이 오고 가기에 저런 의문을 가지는 걸까 궁금해졌습니다. 나도 과연 누군가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고 무엇을 줄 수 있는 사람인가? 그럴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나 곰곰이 생각도 해 봅니다. 내가 마음을 기꺼이 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실제로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확신할 순 없습니다. 그래서 더욱 더 사진 속 사람들이 화분을 들고 웃는 모습이 꽃을 매개로 사람이 밝아지게, 아름답게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 함께 하는 시간은 늘 새롭고 즐겁습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에 있기도 하지만 아이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관심이 많습니다. 제가 커 왔던 것과 다른 환경과 방식으로 세상을 만나는 아이들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뭘까 끊임없이 고민하게 됩니다. 교사로 ‘쌤’이라는 호칭을 듣지만 나는 과연 그럴만한 자격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인가 치열하게 의문과 문제제기를 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지만 지금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 좋고 즐겁다는 것입니다.

전시회를 둘러보면서 아이들 마음속에 정원이 있다면 어떤 정원이 자리할까 생각해 봤습니다. 그렇지만 저로서는 어떤 모습의 정원일지 쉽게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마도 아이들 수만큼 다양한 정원이 있을 것입니다. 어떤 모습일지 잘 떠오르지 않지만 마음에 정원이 있다면 좋겠다라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환해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물론 아이들마다 정원이 잘 가꾸어진 정도와 관리하는 것은 다르겠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문득 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아이들 마음의 정원에 내가 혹시 꽃을 심을 수 있을까? 어떤 마음의 정원으로 꾸며져 있을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내가 꽃을 심을 수 있는 사람인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정원의 아름다움과 조화를 해치지 않아야 할 텐데, 아무렇게나 심어서는 안 될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약간 욕심은 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는 최선을 다 하고 싶다고. 열려 있는 자세와 서로를 살리고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만나고 싶다고 열망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마음의 문을 열어 준다면 마음의 정원에 제가 정성스레 키운 꽃을 심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 정원이 조금 더 밝아지길 소망합니다.

조금 수줍긴 하지만 아이의 마음에 물어보고 싶습니다.

 

당신의 마음에 꽃을 심어도 될까요?

 

noname01.jpg

 

noname02.jpg

 

?
  • ?
    큰나무 2017.04.24 14:50
    그러게요~학부모입장에서도 정원수업은 점점 더 생각해야 할 부분들이 많아지고 풍성해지네요~~
  • ?
    지성심 2017.04.25 11:51
    우리 새싹들을 사랑하시는 선생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네요..
    새싹들 마음에 예쁜 꽃이 피어날 수 있도록 잘 가꾸어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6 새싹교육 단상 사춘기의 교실에서 file 충경 2016.12.16 70
95 새싹교육 단상 마을과 소통을 시작하며 file 지성심 2016.12.16 141
94 새싹교육 단상 막내딸의 따뜻한 편지 file 지성심 2017.01.05 78
93 새싹교육 단상 엄마, 아빠! 학교를 칭찬해주세요! 2 file 지성심 2017.02.05 87
92 새싹교육 단상 생애기획서를 경매에 부치다 1 file 충경 2017.02.09 236
91 새싹교육 단상 서비스 자세 1 file 충경 2017.03.01 89
90 새싹교육 단상 독서감옥 file 충경 2017.03.10 72
89 새싹교육 단상 <나와라 학자!> 광장, 이제는 함께 1 file 학자 2017.03.13 86
88 새싹교육 단상 <나와라 학자!> 학자가 떠난 또 다른 여행 2 file 학자 2017.03.14 151
87 새싹교육 단상 <나와라 학자!> 이야기 이끌어내기 file 학자 2017.03.15 79
86 새싹교육 단상 손바닥정원 거리로 나가다 1 file 충경 2017.03.18 136
85 새싹교육 단상 <자람계발> 날마다 음악이 흐르는 학교 file 지성심 2017.03.30 123
84 새싹교육 단상 작은 생활부터 1 file 충경 2017.04.03 70
83 새싹교육 단상 <나와라 학자!> 마음모으기 프로그램 3 file 학자 2017.04.03 133
82 새싹교육 단상 남들이 보는 새싹학교 속살-실습교사가 보는 학교 이야기 1 1 file 충경 2017.04.17 113
» 새싹교육 단상 <나와라 학자!> 당신의 마음에 꽃을 심어도 될까요? 2 file 학자 2017.04.24 161
80 새싹교육 단상 남들이 보는 새싹학교 속살-실습교사가 보는 학교 이야기 2-정소현 1 file 충경 2017.04.25 137
79 새싹교육 단상 <자람계발> 나를 살아나게 하는 작은 실천 - 자기 위로 & 격려 2 file 지성심 2017.06.30 127
78 새싹교육 단상 <자람계발> 영화 '우리들' 을 보고 1 file 지성심 2017.07.07 136
77 새싹교육 단상 <자람계발> 살아나는 교육을 실천하며 1 file 지성심 2017.09.14 144
Board Pagination Prev 1 ... 2 3 4 5 6 ... 7 Next
/ 7
XE1.8.13 Layout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