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 적, 호랑이가 담배 물고 PC 통신을 하였을 시절에, 나의 첫 통신 ID는 "첫마음"이었어요.
뭐든지 처음 배울 때는 성의를 다하여 열심히 하게 되고,
낯선 공간에서 또는 낯선 이와 있을 때는 조심스런 몸과 마음가짐으로 예의를 지키게 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익숙해질수록, 처음 가졌던 정성스러운 마음은 어떤 식으로든 느슨해지며 몸이 편한 쪽으로 흘러가버리기 일쑤지요.
이런 점을 경계하고자 나는 나의 "첫마음"이 무엇인지를 늘 새겨보고자 했었습니다.
요즘 학교에서의 공사, 농장에서의 일, 수업, 행사 등 다양한 일들로 많이 바쁩니다.
몸이 바쁘고 힘들 수록, 쉽고 편한 것을 찾게되기에, "첫마음"을 일깨우며 신발 끈을 고쳐매는 것 "따위"는 잊고 말았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첫마음"을 놓고나니, 몸은 더 힘들어졌고, 쉽사리 짜증이 났으며, 옆에 있는 사람들이 미워지더군요.
내가 무엇을 위하여 이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사서 고생"을 하고 있는지도 잊어버리게 되었죠.
바~로 투덜이 스머프가 되었습니다.
오늘 다른 자람도우미쌤들과의 회의 중 한 분이 "첫마음"이라는 말씀을 꺼내셨습니다.
번뜩 머릿 속에 전구하나가 켜지며, 저절로 무릎을 치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에 미움과 불만이 쌓이고, 피로를 핑계로 자꾸 다른 놀거리 들을 찾고자 했던 것은 바로! 내가 첫마음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구나... "
우리 어른들 뿐 아니라, 학생들도 내일학교에 입학하면서, 처음 가졌던 그 마음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 몇 명의 학생들이 스스로 만든 규칙을 어겼던 일들도, 입학하며 설레던 "첫마음"을 잊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서 본인들이 만들어 지키자고 약속한 규칙보다는, 몸 편하게 놀거리를 찾았던 것이겠지요.
지금은, 나의 "첫마음"을 다시 빵빵하게 충전해서, 주변에 "열정"과 "희망"의 에너지를 발사해야 할 때 인것 같습니다.
내가 여기 처음 왔을 때, 그 때 처럼. 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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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봉 시인의 "첫마음"이라는 시 중 부부을 발췌하였습니다.
첫마음
1월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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