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기쁜빛
‘엄마는 외계인.’ 딸 기쁜빛이 내게 지어준 별명이다.
엄마가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엄벙덤벙하고, 의견이 다를 때 잘 조정하고 합의하는 능력이 모자라 외계인 같다 해서 달아주었다.
딸애는 엄마 때문에 늘 노심초사 안절부절 못 한다.
뭐라도 한마디 카톡에 올리거나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고 나면 “엄마! 그렇게 하면 안 되죠! ~~~” 하곤 한다. 택시운전사와 싸우고 경찰서 가서 사과를 받아낸 일이 있는데... “엄마~ 서로 사이좋게 지내요~” 하던 네 살 기쁜빛 모습이 생생하다.
그럼에도 “나는 기쁜빛 엄마다~~” 하며 의연하게 살고 있다.
엄마는 자식으로 승부를 내는 것 같다. 자식이 행복하게 살아가고 잘 성장하면 엄마도 덩달아 행복하고 무럭무럭 잘 자란다. 기쁜빛 덕에 나는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 엄마가 되었다. 엄마로서의 삶은 축복이고 하늘이 특별히 베풀어준 선물인 것 같다.
엄마는 아이가 행복한지 불행한지 그냥 알 수 있다.
2004년 하늘새싹자람터(전인학교 이전 처음 세운 학교)에 다니던 기쁜빛이 ‘전인세계 건설을 위한 기행’을 마치고 돌아온 때의 일이다. 기쁜빛이 속한 전인미답조는 내부갈등에 과제 수행도 못하여 다른 조의 도움을 받는 등 겨우겨우 기행을 마쳤다. 나는 무척 힘들었을 기쁜빛을 위로하려 기다렸는데, 돌아온 기쁜빛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찐빵처럼 뽀얗고 둥실한 얼굴에 온화한 미소, 차분한 목소리로 “엄마 이번 기행에서 배운 게 많아요.” 하였다. 의젓해진 모습에 아이가 엄마 품을 벗어난 듯한 아쉬움도 느꼈지만 이제 걱정이 없겠다는 안도감도 그 이상으로 컸다.
기쁜빛이 환하게 웃을 때, 초롱초롱한 눈으로 새침을 떨 때, 엄마를 놀릴 때 나는 행복하다.
“과자는 나의 힘!!” 하며 으쌰~ 할 때나, 눈빛을 반짝거리며 “엄마 엄마 나 닭사료 이렇게 요렇게 만들어볼까 해요!” 할 때 행복하다. 뭔가를 하고 싶어하고 계획하고, 미래의 꿈을 얘기해줄 때도 나는 참으로 행복하다. 기쁜빛이 꿈꾸는 세상을 함께 그려가고자 지난 10여 년 동안 엄마로서 힘껏 자기계발을 해온 것에도 크게 감사하고 행복하다. 내 아이를 위한 엄마의 길에 들어섰을 뿐인데, 아이가 열고 살아갈 세상까지도 도와가게 된 엄마가 되어서 행복하다.
내일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기쁜빛은 힘들고 치열한 삶을 살고 있다.
내일칼리지 수업도 하랴, 새벽부터 밤까지 농장 곳곳을 누비며 닭을 돌보랴, 계사를 손보랴 정신없이 바쁘다. 그걸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우리 지구마을이 밝고 환한 웃음이 가득한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아이들이 리드하고 도와갈 수 있으려면 지금의 고생은 천금을 주고라도 거쳐야 할 삶의 과정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이렇게 행복한 엄마로 살아갈 수 있게 해준 내일학교에 늘 감사하다.
딸만이 붙일 수 있고, 부를 수 있는 별명이죠^^
딸이 있음 이럴 때 챙겨주고 하는데... 하시며 자랑을 하셨드랬죠. 가끔은 딸과 엄마가 아니라 친구 같고 연인 같고 참~ 살갑다 생각이 들 때도 있답니다.
딸의 성장을 위해 보이지 않는 밀음을 하신 신애님~ 애쓰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