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대안학교에 첫 발을 딛고 담임을 맡았던 1,2학년 아이들
새 학기 첫인사를 나누고 아침 산책을 다녀오던 길, 한 아이가 “ 선생님, 업어주세요!” 하고 조르기 시작한다.
그러자 떼를 쓰는 아이 뒤로 나머지 학생들도 걸음을 멈추고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본다.
우리 선생님이 어찌 하시나 몹시도 궁금하다는 눈동자들..
그래! 답하자
조르던 아이도 놀라 정말요? 정말요? 몇 번이고 되묻는다.
그래!
신나게 등에 업혀 무척이나 기뻐 발을 동동 구른다.
일반 공교육 학교를 1년 다니고 온 아이는 선생님이 무서운지 체벌이 어떤 것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무슨 속뜻이 있어 업어 달라 졸라봤을까
나머지 아이들에게 너희들도 다음 시간에 업어주마 하고 흙길을 마저 걸었다.
그렇게.. 배가 고픈 아이를 업고 걸으며 이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까..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직 서로 채 얼굴을 익히지도 못했는데 예기치 못한 교실 풍경으로 나와 동료 교사들은
비탄에 빠졌다. 흰 눈이 녹지 않은 3월 둔덕에도 여린 새싹들이 돋고 있는데 가장 천진해야할 교실엔
세상이 차고 넘쳤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표창을 가슴에 꽂아대며 아파 절규하는 세상은 이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오는 것
같았다.
피할 수도 돌아갈 수도 없는 현실은 그냥.. 번번이 때때로 무던히 덤벼야 했다.
체를 쳐서 천진함을 말갛게 건져내고 싶은 각오였다.
그래도 아이는 아이다.. 뜨겁고 치열했던 봄을 잘 이겨내 주었다.
그해 여름, 올망졸망 고사리 손을 챙겨 제주로 프로젝트 이동수업을 떠났다.
한 달을 준비하고 걱정 반 염려 반 조심스레 떠난 제주 이동수업은 보여주기 위한 성과가 아닌 아이들
가슴과 뼈마디에 남는 성장의 무엇이 되기를 바랬다
부모님과 떨어진 첫 경험 속에서 기본적인 생활 질서를 지키고 배우는 것 외에 나머지는 제주, 자연의
품으로 들어가는 일이었다.
여러 일정 중에 중문 바닷가에서 놀던 아이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적 이였다.
가봤을 바다일 텐데.. 신대륙을 발견이라도 한 듯 호기심 가득히 생경한 바다를 마주하고 있다.
나왔다 들어갔다.. 파도의 움직임을 살피다 리듬에 맞춰 한발 두발 앞서거니 뒤서거니 까르르 조율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풍덩 들어가 종아리에 채이는 바다를 마음껏 차고 뛰어 논다.
온몸으로 자유의 시를 써내려가는 아이들
미역 한 아름을 쌓아 와서는 머리에 걸어 세상을 온통 깔깔 거리게 한다.
활짝 피어나 모든 것이 신명나기만 하다.
그 순간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내게도 여러 감흥이 밀려왔다.
어쩜 교사는 바다처럼 넓은 치맛자락을 넉넉히 드리우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반학기 동안 너무도 궁금했다..아이란 어떤 존재일까..
이동수업 마지막 날, 그 의문에 대해 스스로 어렴풋이 정리를 해보았다
사랑 자라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