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학교에는 식당아줌마가 없다.
내일학생과 자람도우미들이 당번제로 돌아가며 식사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힘들지만 부모님에게 깊이 감사를 느끼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식단을 짜고 식재료를 보관하고 매끼니 식재료를 챙겨주는 공양매니저는 고되면서도 중요한 역할이다.
자람도우미들은 훈련의 일환으로 3개월씩 돌아가며 공양매니저를 맡는다. 남성이라고 봐주는 일은 없다. 공양매니저를 하면 학교의 돌아가는 살림살이를 알게 되고, 행사와 시설, 운영방안 등에서 슬기롭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도 키워지는 효과도 있다.
작년 9월부터 11월까지는 신통한의원 원장님이신 한섬님께서 공양매니저를 하셨다.
부지런하시고 깔끔하신 한섬님이지만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마지막 달에는 카레라이스, 하이라이스, 짜장밥, 떡만두국이 반복되었다. 떡볶이를 먹고 싶다고 하니 계속 떡볶이가 나오기도 했다.
다음 공양매니저는 제현샘이셨다.
공양실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어떤 메뉴가 걸리느냐? 늘 새로운 재료와 새로운 맛의 세계를 추구하는 제현샘은 듣도보도 못한 요리를 발굴해내고, 상식을 뒤집는 발상의 재료 조합을 탄생시켰다. 돼지고기국은 일상적인 메뉴가 되었고, 오징어순대 같은 난이도 높은 음식들이 줄을 섰다.
며칠 전 산호수님과 내게 하달된 메뉴는 또띠야와 크림수프.
제현샘은 밤새 숙성시킨 또띠야 반죽을 빚고 산호수는 굽고, 나는 속재료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는데,
"신애님 머스터드소스 만들 줄 아세요?" 하신다. "네~ 그거 쉬워요. 재료 주세요." 하니 불쑥 봉지 하나를 주신다.
'웬 봉지?' 냉면에 넣어 먹는 겨자가루였다. 그것은 따끈하게 발효되어 매운 겨자 머스터드 소스가 되었다.
제발~ 제발~ 공양매니저님~ 새로운 맛의 세계는 먼저 탐험해보시고 우리를 인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