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학교 농장 골짜기
내일학교가 위치한 이곳 봉화군 재산면 동면리는 매우 춥다. 온 땅과 하늘이 꽁꽁 얼고 하루 걸러 세찬 바람이 몰아친다. 11월부터 3월까지 1년의 절반이 추운 겨울이다. 그럼에도 내일학교는 따뜻하다. 실내는 훈훈하고 마음도 따뜻하다. 학생들은 매서운 추위에도 밖에서 뛰어다니고 산책도 하고 야외활동을 한다. 몸에서 열이 펄펄 나는 학생들로 우리는 더욱 따뜻하다.
2007년부터 2011년 초까지 자람지도선생님이 계시지 않은 내일학교는 너무나 추웠다. 먼 곳에서 화상으로 수업을 하고 엄마들과 자람도우미들이 학교 운영을 하였다. 경영이든 먹고사는 일이든 잘 모르고 서툴러서 아이들과 어른들은 춥고 어두운 긴긴 밤을 보내었다.
내일학생 1기가 기숙사로 사용하던 청명원(사진: 내일학교)
2011년 봄 갑자기 선생님이 학교에 나타나셨다. 자람도우미들이 외출 및 출장 중이고 학교에는 딱 한 분만 계셨는데 선생님이 쑥 하고 들어오신 것이다. 우리는 부랴부랴 학교로 돌아와 그토록 그리워하던 선생님을 뵈었다.
가운데의 갈색 건물이 내일관이다.
내일관 세미나실에서 카약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 내일학교)
맨 처음 내일관을 지었고 따뜻한 방이 생기고 비데 화장실이 생겼다. 봉화의 내일학교 하면 당시 전인새싹학교와 전인고등학교 학생들에게는 공포의 재래식 화장실이 유명하였다. 화장실이 수세식으로 바뀌니 내일학교는 금방 좋은 학교가 되었다. 내일관은 자람계발을 위한 다목적실, 세미나실, 미디어실을 가진 가치생산 및 자람계발을 위한 공간이다.
웃는하늘(사진: 내일학교)
다음으로 웃는하늘이 옛 식당을 허문 자리에 지어졌다. 따뜻한 것은 물론이고 식사를 하고 노래를 부르고 공연도 하는, 함께 어우러지며 활욕과 사랑을 분출시켜내는 공간이 되었다.
옛날 학교 건물과 관사, 식당들은 단열재를 쓰지 않고 창틀이 허술해서 윗풍이 상당히 세었다. 연탄난로를 땠는데 교무실이나 2층 교실은 아무리 해도 15도를 넘지 못했다. 관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우리는 수업이나 업무를 하기보다는 추위를 견뎌내는 데 온 에너지를 다 썼다. 내일학생들은 청명원 비닐하우스에서도 장작난로를 때면서 수업을 하였는데, 세계사, 경제학, 미래그리기 등을 이때 공부하였다. 지금은 그 자리에 농장 오피스가 들어서 있다.
위는 갤러리, 내일학생 교실이고 아래는 실내골프장 겸 영화관, 농장 오피스이다.(사진: 내일학교)
그리고 갤러리가 세워지고, 본관 1층 한쪽을 리모델링하여 내일학생 교실과 피트니스센터를 꾸몄다. 내일학생들이 비로소 따뜻한 교실에서 공부를 하고, 피트니스센터에서 체력 계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 즈음 야외 골프연습장이 지어지고 피트니스센터 안에 실내골프연습장 겸 영화상영관이 들어섰다. 학생들 부모님들께서 후원해주시면서 교육과 자람을 위한 시설들이 속속 만들어졌다.
위는 교실이고 아래는 학교 정원, 한의원이다.
위는 기숙사인 자람관, 한평정원이고, 아래는 교무실인 Place C 이다.
이어 청명원에 학생들이 자람관을 손수 짓고, 본관 교무실을 리모델링하여 교실과 Place C라는 창의적이고 소통이 활발한 공간으로 새로 탄생하였다. 자람관 때부터는 건축의 모든 공정을 우리 손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교무실까지 따뜻해지면서 올해부터는 자람도우미들도 따뜻한 공간에서 일하고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학교 운동장이 정원이 되고, 한의원이 생기고, 학생들 손으로 한평정원을 만들어 채소를 가꾸고, 학교 안에 흙부대집 기숙사를 지었다.
숨가쁘게 달려온 내일학교를 돌아보니, 힘겨움에도 묵묵히 일하고 학생들을 돌보아오신 모든 분들 생각이 먼저 난다. 너무 힘들어서 갈등하고 볶닥이고 티격태격해온 우울한 세월이 짧지는 않다. 그럼에도 함께 하기에 내일학교를 열고 성장시켜올 수 있었다. 또 하나같이 마음이 여리고 선하고 욕심이 없고 아이들을 좋아하는 분들이고, 대부분 내향적이어서 학부모님들께 살갑게 대하지 못하여 고민도 하신다. 나처럼 나이 드신 분들은 학생들이 어려워한다는 얘기를 듣고, 요즘은 춤추고 노래하고 즐거운 놀이들을 하면서 늘 밝고 웃는 생활을 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자람도우미들은 매우 중대하고 심각한 숙제를 안고 있다.
“학교가 기적과도 같이 새로워지고 아름다워지고 자람과 성장에 최적의 환경이 되어오고 학생들도 놀라운 성장을 해오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하였던 것일까?”
이 숙제를 하느라 우리 자람도우미들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나는 이 과제를 우리가 매우 잘해낼 것이라 믿고 있고 또 그날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