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일지 – 처참히 차인 수컷들>
산호수
하루가 다르게 몸집이 점점 커지고, 털은 윤기가 자르르, 눈은 부리부리, 벼슬은 빨갛게 물들고 있는 6기 애기 닭들이다. 차마 병아리라고 말하기는 민망하고 그냥 몸집이 좀 작은 닭 같다.
날이 갈수록 호기심도 많아지고, 겁도 없이 당돌해지는 모습에 뿌듯해진다. 그런데, 요즘 6기 작은 닭들에게서 많이 목격되는 장면이 있다.
사실, 전에도 몇 번 본적은 있다. 정확히 두 번 봤다. 몇 주 전에 아직 쪼끄만 수컷 중병아리 한 마리가 쪼끄만 암컷 중병아리 위로 올라.. 올라 타버린 것이다! 처음 봤을 때 정말 충격을 먹어서 사료통을 바닥에 떨어뜨리고는,
“악!!! 너네 뭐하는 거야!”
라고 소리를 질러버렸다. 그런 일이 있고 한참 후, 요즘 많은 수컷들이 암컷들에게 짝찟기를 시도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근데 다 실패하는 모습이 웃기다. 왜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닭들이 짝짓기를 할 때 보면 수컷들의 암컷의 목을 물어 뜯는다고 해야 하나.. 부리로 목덜미를 꽉 잡고 한다. 도망치지 못하게 그러나?
어쨌든 요즘 6기의 수컷들이 암컷의 목덜미를 부리로 콱! 물고 바보같이 푸드덕거린다. 그런데 아직 암컷들이 수컷들과 힘이 아직 엇비슷해서 그런지 꽥!!! 소리지르면서 도망친다. 그 모습들이 정말 많이 발견되는데 어찌나 재미있던지. 벌써 이렇게 컸나? 하는 생각도 들고 처참히 차이고 돌아서는 수컷들의 모습이 안쓰러울 때도 있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6기들이 참 신기하고 뿌듯하다.
풀을 콕 콕 쪼아 냠냠 먹는 모습이 귀엽다. 어제 저녁 닭들이 횟대 위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 조용히 풀 하나를 내밀었다. 찹 찹거리며 목구멍으로 삼키는 소리를 처음으로 들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