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할아버지가 비행기를 태워주시던 때로,
지나가던 길고양이를 보고 울면서 도망가던 때로,
엄마 저금통에 500원 동전을 꺼내어 불량식품을 사먹던 때로,
동생 손잡고 놀이터에 놀러 가던 때로,
아빠 손잡고 같이 당구장에 가서 요구르트를 먹던 때로,
엄마 몰래 게임 하다가 들켜 내복바람으로 도망치던 때로,
퇴근 하고 돌아온 아빠에게 웃으며 달려가 다녀왔어요 하고 인사 하던 때로,
시골로 이사를 가, 사투리를 쓰는 애들을 보며 두려움을 느꼈을 때로,
하루 종일 냇가에 가 물고기를 잡으며 놀았던 때로,
집으로 가는 길목에 두꺼비가 무서워 엉엉 울던 때로,
연탄을 때운 따뜻한 방 속 이불에서 뒹굴뒹굴 놀던 때로,
비 오는 날이면 운동장에 나가 비를 홀딱 맞은 지도 모르고 뛰어 놀았던 때로,
벌집을 건드려 벌한테 쫓겼을 때로,
어느 순간 사투리만 쓰던 때로,
바지에 오줌을 싸 엄마한테 혼났던 때로,
좋아하는 애가 생겨 쭈뼛쭈뼛하게 말을 걸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
이제는 기억만 남아
다 컸다고 착각하는 나에게 순수한 미련만 남겨주고
그 ‘때’의 나는 가고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