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성찰기

2015. 6. 5. 금

산호수

 

 오늘 나는 졌다. 원체 승부근성이 없었던 터라 옛날부터 승부에 관해 그렇게 열정을 불태우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 토론에서 패배를 했을 때는 눈물이 나왔다. (화장실 가서 불쌍하게 훌쩍거렸다.) 져서 운 적은 진짜 별로 없는데… 그 만큼 열심히 했고, 최선을 다해서 노력했다는 거다. 그래서 하얗게 불태웠던 48시간 우리들의 노력과 성찰할 부분들을 한 번 돌이켜 보자.

 1차 토론 때 우리 팀은 완전 깨졌다. 그냥 아무 말도 못하고 어버버버. 그 때 약간 기가 죽고 나서 새로 팀을 결성하고, 다음 토론을 기약하며 다시 의지를 다졌었다. 이제 와서 솔직히 얘기하는 건데, 상대팀의 멤버에 1차적으로 쫄았다. 엄청난 말빨, 승부욕이 활활 타올라서 기가 죽을 것만 같은 사람들이 다 거기 가있었다. 그리고 우리 팀이 한 사람 부족했으며, 코치님의 코치를 많이 받지 못했었다. 그런데 그런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도 이기면 우린 정말 잘한 거라고 하면서 서로 열심히 노력을 했었다.

 우리 팀원들 모두 정말 열심히 했다. 언제나 지각하고 수업 시간 때 졸기만 했던 빛나는 별이 예쁜 글씨체로 필기도 열심히 하고 눈을 반짝 반짝 빛내면서 자기 의견을 말하고 열정적으로 임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감동(?)스러웠고, 그것에 자극 받아 나도 힘내게 되고 옆 사람도 힘내게 되고 옆 사람도 힘 내게 되고 하는 경험을 했다. 다들 지쳐서 죽어있을 때 별하늘님이 긍정적인 말 한마디 하면 다 살아날 수 있었고… 밝은해님도 매일 매일 격려해주고, 애썼다고 해주면서 위로가 참 많이 됐었다.

 그렇지만! 우리 팀원들은 참 많은 멘붕을 겪었고, 시간이 갈수록 팀원 각자가 약간씩 자신 없어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들이 있었다. 우리는 어떤 논리를 가져갈 것인가? 에 대한 말로 며칠을 보내고, 많은 준비를 하지 못해서 정말 준비 부족의 모습이 토론 때 보였다고 생각했다. 말을 더듬고, 즉석에서 생각하여 말하고, 했던 얘기를 반복하고. 처음에는 인간의 이성을 자연과 다른 점으로 잡고 그 논리를 펼칠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새로운 논리가 우리 안으로 들어왔다.(보리쌤과의 미팅 때이다.) 그 이후로 우리의 멘붕이 시작되었다. 논리가 정말 그럴 듯 해 보였지만 정작 우리들이 이해를 하지 못했고, 그 논리를 완전히 우리 것으로 만들지 못했으며, 논리에 확신과 굳은 신념이 없었다. 그것을 우리 것으로 만들려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결국 마지막까지 근본적인 것들이 완전히 우리 논리가 되지 못하여 자신 없어하는 모습이 있었다. 그래서 실제로 토론할 때도 상대팀의 입장에 끌려다니고, 흔들 흔들하는 모습, 당황하는 모습이 있었다.

 우리 팀은 뭔가 상대 팀 분위기에 비해서 소심하다고 할까? 약간 의지가 없어보였다고 할 수 있다. 파이팅 넘치는 분위기를 자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게 아쉽다.

 그리고 팀워크 부분에서도 아쉬운 점이 있었다. 우리는 초반에 회의를 할 때 조직화를 하지 않고 했다. 역할을 나누어서 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좍- 하고 다 같이 좍- 하고. 처음에는 그게 진도가 잘 나갔지만 갈수록 비효율적임을 느꼈다. 마지막 밤이 돼서야 제대로 조직화를 해서 활동했다.

 이런 저런 부족한 점도 많았고, 멘붕도 많았지만 그만큼 많은 걸 배웠다. 그리고 패배의 쓴맛을 제대로 느껴본 것 같아서 큰 배움이 됐다. 이번을 계기로 다음에는 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