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날 풍경)
잠시 불었던 물은 다시 줄어들었다. 아주 많이 줄어들진 않았지만 차이를 알아 볼 만큼 줄었다. 물이 불었다가 빠지는 경계 지점에 물풀들이 살고 있다. 물이 불었을 때는 그 풀들이 물에 잠겨 있더니 오늘은 온전히 드러나 있다. 줄기에 진흙을 덮어쓴 풀들에서 물이 줄었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 사람들도 줄었다. 도너스 튜브를 타던 꼬마들도 보이지 않고, 돌고래 튜브를 타며 놀던 청년들도 보이지 않는데 한 낮의 열기는 후끈하다. 부르스타에 물이 끓고 있었서 더 후끈한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주말 휴가 온 푸른잔디님과 그의 아들 밝은해와 컵라면을 먹을 참이었다. 점심을 먹은 후라 배고프지 않은데도 이곳에서 먹는 라면은 행복감을 더해 준다.
세파에 시달려 모가 떨어져 나간 둥근 돌과 산산이 부서져 처음부터 작은 알갱이 인 것 같은 모래가 어우러진 강변을 따라 더듬더듬 걸었다. 조금씩 뒤뚱 거리게 되니 모양새가 우아하지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걸었다. 강변을 걷는 평온한 마음은 살랑살랑 부드럽게 흐르는 물결을 따라 흐르면서 잔잔하다. 갑자기 “아빠는 머슴이가?” 라는 고함 소리가 들린다. 펼쳐 놓았던 캠핑 도구들을 챙기던 한 사내가 캠핑카를 쳐다보며 지르는 소리였다. 순간 마음의 물결에는 파랑이 일고 생각은 세상으로 돌아간다. 무엇을 위한 삶인가? 고개를 들어 하늘 한 번 쳐다보고 캠프로 울퉁불퉁 거리며 되돌아 왔다. 카약을 타며 여유롭게 물과 교감하는 일행들이 즐겁다.
이번에는 숯불을 피웠다. 그릴 뚜껑에 연기 빠지는 구멍으로 솔솔 맛있는 냄새가 올라온다. 마지막 밤을 자축하는 자리다. 열심히 일하다가 갖는 이번 휴가는 더 없이 즐겁고 평화롭다. 함께 하는 서로의 마음에도 앙금이 사라진다. 물에 담가서 녹여 내기도하고 빗물에 씻어내기도 하고 햇볕에 잘 말리기도 하고 정감어린 눈빛을 주고받으며 웃음을 심기도 하였다. 골골이 맺혀진 서운함을 탁류에 흘러 보내고 새살 돗는 마음 자리를 어루만지니 물가에 춤추듯 노니는 반딧불이 경이롭고 감사하다. 탁자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구운 오징어가 올라오고 숯불 순대, 소세지가 차례로 올라왔다. 누구는 손가락을 호호 불며 찢어 먹고 큰 토막을 한 입에 넣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밝은해는 횡재를 만난 아이처럼 행복한 얼굴로 먹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지막에 바다가재가 잔뜩 웅크린 채로 구워져 나왔는데 오늘 처음 먹어 보는 것이었다. 한 마리를 통째로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니 마치 꿈속인 양 하는 표정이다. 캠프 뒷정리를 돕겠다고 아빠 따라 나온 그 아이에게는 분명 횡재가 아닐 수 없었다. 그 아이의 행복한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근사한 기쁨을 안겨 주었다. 물소리 고요한데 어디선가 물텀벙 치는 소리가 간간히 들리는 미소 가득한 밤은 그렇게 여울졌다.
한별선생님의 생각들을 다양한 생각들을 볼 수 있어서 좋군요..
그리고 바다가재 아직 한번도 안먹어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