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학생 우솔 이성준
20181112 달 박건무
김장 르포
현재 전통 문화는 사라져가고 있다.
김포족 (김장을 포기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 명절 증후군(명절 스트레스와 갈등 및 신체적 이상을 호소하는 것을 말함)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김장을 비롯한 전통 문화를 포기하는 추세이다.
나 역시 그렇다. 어릴 때는, 명절만 되면 큰집으로 가서 명절을 보내고, 민속촌 등에 놀러 가서 명절 놀이인 투호, 널뛰기, 굴렁쇠 등을 즐겼었다.
하지만 명절을 챙기는 빈도도 많고, 부모님께서는 갈 때 마다 몇시간동안의 운전, 명절 음식 등의 일, 명절 선물 등등의 이유로 부담을 가지셨다. 어린 나 역시 왜 이런 명절을 챙기고, 왜 제사를 하는지를 몰랐다. 그렇기에 친구랑 노는 것이 더 재미있었고, 몇시간에 걸쳐 왔다 가는 과정이 마냥 힘들기만 했다.
점점 사라져 가는 전통 문화 중, 김장을 다루어 보려고 한다.
2018년 11월 9일 ~ 10일 내일학교에서 진행한 김장은, 내가 2번째로 참가하는 김장이다. 첫 김장은 2016년에 내일학교에서 진행했었다. 첫 김장은 어릴 때의 생각과 마찬가지로, ‘왜 하는지는 잘 모르겠고, 힘든 일’ 로 생각했다.
주변 내일학생들 또한 그랬다. 김장 시즌이 돌아오면 ‘아 또 김장이야’, ‘1000포기를 어떻게 해’ 등의 탄식이 쏟아졌다.
내일학교를 비롯한 사회도 같은 반응을 보인다. 10 가정 중 7가정이 김포족 이라고 하며, ‘힘든데 왜 굳이… 사먹으면 되지’ 라는 반응이 대다수이다.
김장을 대부분 할머니 분들께서 하시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우리 집도 대부분 김장을 할머니 혼자 하셨다. 할머니께서는 가족과 예쁜 손자들이 맛있는 김치를 먹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정성스레 김치를 만드셨었다.
우리 할머니를 비롯한 많은 노년층 분들께서는 마음 씀씀이가 고우시다. 다들 시장이나, 음식점 등의 생활에서 ‘정’을 나누어 주시는 경험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대 사회는 어떠할까? 적어도 앞서 말한 마음씨와 배려, 사랑 등의 가치가 넘쳐나는 사회는 아니다. 나는 사회가 이런 모습을 띄게 된 데에는 ‘전통문화’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이 되었다.
내일학교에서의 김장은 수업으로써 접근하였다. ‘겨래의 얼을 오늘에 되살려’ 라는 타이틀로 진행하게 되었다.
김장에 대한 역사, 과학, 인문학, 미래적 가치 등을 팀을 나누어 추구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일학교에 입학한지 1달이 체 안되는 학생도 열심히 참여해서, 3000년 전의 김치를 설명하기도 하였다. 학생들은, 전통문화인 김장에 대한 추구와 발표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시각과 생각의 변화를 얻게 되었다.
내가 속한 팀은 김장 문화의 미래적 가치를 추구하는 팀 이였다. 미래적 가치를 알기 위해, 전통문화인 김장의 과거와 발생, 현재 사회의 모습, 미래 사회의 모습, 김장의 가치 등 다양한 의문들과 질문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우리 식탁에서 매일같이 오르내리던 김치가 다른 시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김장의 가치로 우리가 주목 하던 것은 공양의 마음가짐이다. 내일학교에서도 ‘공양’을 배운다. 자신이 먹는 음식을 자신이 직접 스스로 하며, 음식에 정성을 담고, 마음을 담는 행위이다.
공양의 의미를 생각하면 우리 할머니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자신만이 먹는 음식이 아니라 우리 가족, 소중한 사람이 먹는 음식이기에 따뜻한 마음과 정성을 담아 음식을 만드셨다.
김장 또한 마찬가지이다. 1년동안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절대로 대충 만들지 않았다.
이처럼 김장 문화 자체로 공양이라는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그 속에는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사랑하고, 마음을 담는 아주 중요한 가치들이 숨어있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를 반영한 김장이 내일학교에서 시작 되었다. 새벽 6시부터 일어나 씻고 명상을 통해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소중한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정성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담기 위해서.
그 후 오전, 오후, 저녁시간 누구 하나 빠지는 일 없이 김장을 진행했다. 팀을 나누어 쪽파를 손질하고, 무를 채 써는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김장에 대한 추구의 과정과 마음을 정돈하는 과정이 있어서 그런지, 싫은 소리와 탄식을 내는 학생들은 없었다. 정성스럽게 재료를 손질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내일학교 김장을 매년 참석하신 자람 도우미 선생님이신 예진 선생님께서도 “김장을 하면 힘들고 지쳐서 날카로워 졌었다. 매년 트러블이 1번씩은 있었는데, 이번 김장은 그런 것이 없었다. 굉장히 분위기가 차분했다” 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하루 일정을 마치기 전, 뒷 마무리를 잘 하고 디브리핑 시간을 가졌다. 김장을 하면서 들었던 생각과 마음의 변화를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루를 열고 닫는 과정 또한 정성스럽게 진행했다.
디브리핑 에서는 작년, 재작년과 다른 김장을 이야기 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지금까지의 김장은 일로만 받아들인 학생들이 많았지만, 이번 김장은 인문학이나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 속에서 다른 시야로 보게 되었다고 한다.
김장을 마치고, 각자 개인 결과물을 냈다. 어떤 학생은 김장 과정을 전부 기록하기도 했고, 다큐를 만들어서 학생들의 마음 변화에 대한 인터뷰도 진행하기도 했다. 결과물들이 전부 정성스럽고, 대단했다.
김장의 가치를 알고,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진행하는 김장은 얻는 것이 많았다. 지금까지의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진행했던 김장과는 달랐다.
협력과 협동의 관계 속에서 생겨난 우리의 전통 문화는, 옛 선조의 마음씨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편리함과 익숙함의 이유로 중요한 가치를 바라보지 못하는 상황은 안타깝기만 하다.
협동과 협력, 배려와 사랑이 넘쳐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소중한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담기 위해. 김장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옛 선조들의 전통적인 얼이 오늘날 내일학교에서 되살아나고 있는 김장수업이 참 귀하게 다가오네요.
내일학생 여러분들이 참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