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슴프레하게 안개 낀 새벽.
좀비영화 찍기에 딱 맞는 날씨.
스탭들과 배우들은 새벽부터 분장을 한다, 소품을 챙긴다, 무전을 한다 법석이었습니다. 가장 걱정된 콘티와 촬영계획서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네! 민감독과 김감독은 새벽까지 작업을 해서 무사히 출력을 했습니다. 잠은? 잠도 서너 시간은 잤습니다. ㅠㅠ
분장을 맡은 하늘마음 민진하 선생님. 내일학교 1기 졸업생으로서 코로나 사태로 잠시 귀국했는데요. 마침 분장을 맡겠다고 자원을 했습니다. 오, 그런데 분장 기술이 제법이었습니다. 끔찍한 좀비 몰골을 현실감있게 표현해주었습니다. 탁월한 것은 분장의 입체감이었죠.
첫장면.
주인공 지은이가 등교길에 멀리 좀비를 목격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첫 촬영이 힘을 받은 것은 시진 김가람 선생님 연기 때문이었는데요. 카메라에서는 점으로 잡히는 김가람선생님. 잘 보이지도 않는데 혼신의 힘을 다해 좀비 역할을 정성껏 했습니다. 감독님들은 이구동성으로 김선생님을 칭찬했는데요.
특히 송영범 감독님은, “확실히 다른 학교와는 달랐다. 여러 학교에 출강을 나가보지만 학생들 작품에 이렇게 온몸을 던져서 도와주는 선생님들은 처음 봤다.”라고 감탄하시더군요. 김가람 선생님의 에너지를 받은 촬영장은 후끈 달아올랐고. 어쩌면 이번 촬영, 다 찍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모두 흥분하게 되었습니다.
식사 후 두번째 장면. 지은이가 괴롭힘으로 넘어지는 장면이었는데. 바로 이때 주인공역을 맡은 마음 김하늘 학생이 넘어지면서 고글에 이마를 다치는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피가 줄줄 흐르는 이마. 놀란 사람들. 우왕좌왕하는 스탭들. 당황한 김하늘 학생. 급히 양호실로 데려가 보았는데 상처가 너무 컸습니다. 양호실로 이동하면서도 김하늘 학생은 영화 걱정입니다. “제가 주인공인데, 주인공이 병원에 가게 되면 영화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내색을 잘 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속상함과 걱정에 한숨입니다.
(사진) 대책회의중
주인공학생은 병원으로 이동하여 치료받기로 하고, 감독들은 주인공 없는 장면부터 촬영하기로 합니다. 푸른강 신채린 선생님이 마음 학생을 태워가는데, 하필 좀비 분장을 하고 지울 새도 없이 외출을 하게 되었는데요. 병원에서 정말 웃긴 해프닝들이 벌어졌답니다. (이건 나중에 번외기사로.. ^^)
이몰골을 하고 병원에 가서 접수하고, 약국가서 약까지 탔다는 것입니다.
양자는 동일인물
한편 대본대로 발을 걸었던 학생3 별구름 정원종 학생은 충격에 촬영장을 벗어나서 마을어귀에서 미안한 마음을 달랬습니다. 마음이 아무리 ‘괜찮다’고 하고 ‘별구름님 잘못이 아니’라고 해도 잘 풀어지지가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착한 별구름, 이제 돌아와….’
정오에 도착한 마음 학생은 조금 쉬고나서 별구름을 달래 준 후 바로 촬영장으로 복귀합니다. 힘들면 안해도 된다고 했지만 꼭 하겠다는 의지를 내어주었지요. 감독님들과 스탭들은 열정의 온도를 10도 정도 낮추고, 속도는 30%정도 감속하기로 합니다.
촬영은 밤늦게까지 계속 되었고, 주로 좀비들 촬영이 주를 이루었는데요. 둘 째 날로 좀비 촬영이 끝나자 좀비들은 모두 모여서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사실 좀비들은 틈만나면 춤을 췄습니다. 촬영할 때 너무 추웠거든요.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좀비들의 영혼이 담긴 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초인적인 힘으로 둘 째 날을 버틴 연출부와 특히 민감독 김감독, 열세시간동안 분장과 수정을 반복해서 다리가 퉁퉁부은 하늘마음 선생님, 학생들과 함께 한시도 쉬지 않고 계속 달려 주신 감독님들. 모두가 힘을 합쳐서 밀고가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감독님들이라고 해서 뒷짐지고 앉아 있었던 것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더 힘들었죠. 같이 움직이고 같이 확인하고 거기에 더해서 가르쳐야만 했으니까요. 이 정도면 영화 아카데미 마스터 클라스 수업이 아닐지. 어딜가면 대가들과 딱 붙어서 열다섯시간씩 촬영을 해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학생들로서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고 희소한 기회였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마지막 날은 어떻게 진행됐을까요?
다음 기사를 기대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