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문명활동은 자연인가?”라는 주제로 양팀으로 나눠 토론을 준비하고 열띠게 경연을 벌이고 나서,
지난 주에는 정원 디자인 기획과 함께 현장에 나아가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한편에선 손바닥 정원을 만들 학생들이 틀을 짜기 위한 작업들,
다른 한편에선 지속가능한 정원팀이 하얀 도화지 위에 스케치를 하듯 넓직한 땅덩이 위에 치수도 재고, 설계한 것도 앉혀보며
열심히 구현을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 올 때면 한 차례씩 웃게 됩니다. 다름 아닌 넓직한 땅덩이에서 오는 착각들 덕분이랍니다.
어느 곳에서 보느냐에 따라 길이가 매우 다르게 느껴지곤 한답니다. 그래서 대충의 눈을 믿어선 절대로 안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땡볕 더위에선 누구든 맥이 없어지는군요. 한 차례 작업을 진행하다가 그늘진 테이블에 앉아서
먹는 아이스크림 맛은 꿀맛입니다. 도화지나 노트를 꺼내서 스케치하거나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도 참 좋습니다.
책상 위에서 디자인을 한 것과 현장에 와서 볼 때는 아주 달라지는 지점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고려해야 할 사항들로 많습니다.
바람의 방향은, 양지와 그늘이 있는 곳은, 지형, 주변의 환경은, 햇빛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향하는지 등 관찰해야 할 것들이 참 많습니다.
이러하니, 이 정도에서라도 정원 수업에서는 매우 많은 조건과 환경, 존재들을 종합적으로 관찰, 고려하며 조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특히 지속가능한 정원에서 진행을 하다 보니, 마치 백지 한 장을 받은 느낌이며, 한 걸음 나아가 백지 수표를 받은 느낌이기도 합니다.
어떤 그림이 나올지 무궁하며, 무엇을, 어떤 수준으로 만들고자 하는지에 따라 그 비용이나 가치 또한 무궁하겠다는 걸 알겠습니다.
정원사들의 철학, 어떤 정원을 만들고자 하는지의 비전과 가치성, 그걸 녹여낸 디자인이기에
결국 정원사들의 신념과 의지의 방향과 수준에 따라 너무도 무궁한 전개를 할 수 있겠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함께 하며 하나 둘 한 걸음이라도 앞서 나가며 고뇌하고 추구하려 하다 보면,
저의 상상과 비전, 가치, 철학 또한 살아나고 생동해야만 하겠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이 프로젝트의 질과 수준을 만들고 실행해갈 지휘자들이란 걸 알겠습니다.
그러기에 더욱 멋진 상상과 설레임, 비전을 활짝 열어내길 바라게 되며, 그것이 웅장하게 펼쳐지길 바라며,
그렇기에 크게 크게 열어 보도록 함께 열정적으로 해야 함을 느끼는 시점입니다.
웅장하고 멋진 미래를 오늘에 심을 수 있기를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