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생 공양 도우미였다. 10월 31일까지. 나는 8월 즈음에 공양 도우미에 자원했었다. 그 때 나는 고민이 많았다. 엄청 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는데 왠지 안하면 아쉬울 것 같고,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귀찮고. 나는 그때 늘 힘든 것을 피해가려고만 했었다. 그런데 참밝음 선생님이랑 잠시 대화를 하다 나의 힘든 것을 피하려고 하는 모습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많이 창피했지만 선생님께서는 진심으로 조언을 해주셨고, 공양도우미!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당당하게 자원을 했다. 다행히도 나 말고 아무도 자원을 하지 않았고, 나는 그렇게 학생 공양 도우미의 역할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제현 선생님과 함께 했다. (선생님 공양 매니저와 학생 공양매니저가 있는데 기간은 3개월 씩이다. 학생은 주로 선생님의 보조 역할을 한다.)내가 하는 역할은 주로 학생들에게 먹고 싶은, 혹은 하고 싶은 메뉴를 물어보고, 제현 선생님께 말씀을 해드리는 것과 양념통을 채우는 것을 했다. 나는 제현 선생님과 함께 할 때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내지 못했다. 양념통도 자주 안 채우고, 메뉴를 보내드리는 것도 자주 까먹기 일쑤였다. 그래서 제현 선생님께는 많이 죄송하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선생님 공양 매니저는 자림선생님으로 바뀌게 되었다.
자림선생님과 함께 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조금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아마 자림 선생님께서 내게 임무를 주시기 시작하니 나도 더 열심히, 잘 하려고 하는 마음에 그랬던 것 같다. 양념통도 자주 채우고, 식재료가 오면 정리를 하기도 했다.
▲ 공양실에 있는 양념통들. 이 양념 통들이 비워지는 기미가 보이면 나는 식품 창고로 가 양념들을 채워 넣었다.
그러나 식재료를 정리하고, 양념통을 채우는 일을 모조리 다 혼자하기는 너무 벅찼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주로 푸바님과 밝은해 님이었는데 엄청 투덜대긴 했지만 막상 같이 잘 해주었다. 양념통을 채우는 것은 생각보다 까다롭고, 3분 이라는 꽤 긴 시간이 걸린다. 간단 한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별로 간단하지 않다. 간장이 혹시나 샐까, 기름이 혹시나 바닥에 부어질까 늘 가슴을 졸이며 나는 양념통을 채우곤 했다. 식재료를 옮길 때는 푸바님이 특히나 많은 도움을 주었다. 우리는 학교이다 보니 식재료가 오면 늘 8박스, 10박스 씩 온다. 그걸 다 뜯고, 냉장고로 옮기고, 정리 하려면 길게는 1시간 15분이나 걸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걸 다 혼자 하려면 어후... 아무튼 늘 푸른바다님이 도와주어 즐겁게, 빨리 끝냈다!
그렇게 약 2달 정도를 열심히 했다. 그리고 10월 말이 되어 나는 새로운 학생 공양도우미에게 내 일을 알려 주어야 했다. 새로운 학생 공양 도우미는 옴님이 되었고, 나는 1주일 정도 옴님과 함께 공양 도우미 일을 했다. 그리고 라벨도 만들어 붙였다!
▲귀여운 오징어! 내가 아침일찍 일어나 자기계발 시간을 투자해 만든 라벨이다.
학생 공양 도우미로써 하고 싶은 것이 조금 남아 있었는데 생각 보다 일찍 끝나서 아쉬운 것 같다. 3개월 정도 가량 즐겁게 공양 일을 한 것 같다!
그리고 저 라벨은... 창고로 재료찾으러 갔다 너무 귀여워서 놀랐다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