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 정원 조성기]
일이란 많은 기여를 하여야 참여한 맛이 나고, 고생을 해야 기쁨도 크다. 아무일도 하지 않고 훈수만 둔다거나 멀리서 팔짱을 끼고 평가만 했을 때, 생산물은 나와는 무관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봉화 내일학교의 모든 토목, 건축, 미장 정원이 그랬다. 나는 제주에 있었고 한번씩 방문했을 때, 참 자랑스럽기는 했지만 참여하지 못한 객으로서의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어울림 정원은 좀 다른 느낌을 받는다.
어울림 정원은 내일학교 후원의 정원이다. 내일학교도 여느 학교처럼 연병장같은 네모반듯하고 모레바람이 부는 운동장이 있었다. 그것을 정원으로 만들기까지 10년이 필요했다. 정문쪽 정원을 하면서도 늘 걸리는 것은 후원이었다. 뭔가 어수선하고 지저분하고 아무리 치워도 치워지는 느낌이 없는 공간. 겨울이면 화목을 뗐기 때문에 더더욱 어수선했었다.
초창기내일학교 뒷마당 사진(위) 내일학교 후원을 위한 갤러리건축(아래)
2019년 정원수업에서, 자람도우미들도 정원을 조성하라는 미션을 받았다. 내일학교 자람도우미라면서 정원을 모를 수는 없는 법. 하지만 솔직히, 나는 정원의 1도 몰랐다. 식물도 모르고, 베드조성도 모르고 돌과 오브제 같은 것은 어떻게 놓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모른채로, 정원팀에게 물어물어가며 디자인을 해봤다. 바로 옆에서는 고운샘이 하나하나 가르쳐주시면서 함께했다.
디자인 발표날, 사람들은 우리의 발표를 보고 모두 웃었다. 왜냐면, 우리가 말도 안되게 예쁜 정원을 포토몽타주로 만들어서 발표했기 때문이다. 처음 조성하는 정원이, 식물도 모르는 우리가, 그렇게 멋지게 만들 수가 없을 것이고, 토양이나 식생은 하나도 모르면서, 예쁘게 피어난 식물 사진들을 여기저기서 오려붙여 보여준 조감도는 황당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날밤을 새워 디자인을 하면서 이것만 하면 끝이겠지... 했지만 고생은 그때부터였다. 도면상의 느낌과 토목을 했을 때 느낌은 달랐고, 대충 따라하면 되겠지 했던 식재도 고려할 것이 너무 많았다. 그때 나는 제주로 이동하게 되었다. 뙤악볕에서 정말 고생이 시작될 때, 그때 나는 이동을 했고, 보리선생님과 고운선생님이 엄청 수고를 하셔야했다. 손이 모자라서, 다른 선생님들도 한의원 퇴근후에, 농장일 보시다가 내려오셔서 같이 애써주셨다.
제주에서 도착한 날, 나는 바로 어울림 정원으로 갔다. 내가 생각한 모든 디자인, 모든 아이디어는 모두 생략되었다. 제주이동 전날 우기고 또 우겼던 침목과 돌 도로만이 채택되었다. 정원 이름도 바뀌었다. 원래, "위토피아 가는 길"이라는 이름이었는데 어울림정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내가 제시한 어떤 것도 채택되지 않았고 나의 노력도 거의 들어가지 않았지만, 심지어 이름도 바뀌었지만 정원과 내가 밀접하게 관계가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왜일까. 그리고 어떤 쇼가든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너무너무 자랑스러운 것은 왜일까?
어울림정원은 이름그대로 우리의 어울림의 정원으로 느껴졌다. 보리님의 손길 하나하나, 고운님의 숨결 하나하나가 너무너무 고마웠다. 눈물나게 고맙다는 표현현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위토피아 페스티발, 또는 내일학교 방문하시는 여러분!!!
방문을 하시면, 북카페에서 맛좋은 커피아 와플을 사서, 어울림정원에서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새벽녘이나 해질녘 보리님 샘한테 잘 말해서 좋은 음악이라도 청해보시면 최고의 힐링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진심으로 힐링의 전당으로서의 어울림 정원을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