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사라져 가는 것들
생물 대멸종기를 들먹이지 않아도
그저 주위를 가만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는 것들이 점점 많아 집니다
산을 탐방하고 내려오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 나온듯한
힘아리 없는 어린 살모사를 보았습니다
필사적으로 사람 발자국 소릴 피해
산으로 기어 달아나려는 놈
이놈도 사라져가는 놈이라 생각하니
징그럽다기 보다 귀하게 여겨 집니다
우연히 발견한 하이얀 산작약
그 우아한 자태 한눈에 반해 버렸습니다
귀한 약재라고 다 캐버려 멸종위기종이 되어버린
산삼보다 발견하기 어렵다는 산작약
아이들과 눈에 잘띄게 보호해놓고는
마을사람들이 캐가 버릴까봐 전전긍긍입니다
아무래도 꽃이 진 뒤 조심조심 곱게 모셔
멸종위기 야생화 정원으로 옮기려 합니다
점점 점점 사라져 가는 것들
산속에 살며 자연이 주는 풍요를 누려도
큰 죄라도 짓고 있는양 마음 편칠 않습니다.
<글 민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