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여는 음악편지 ] 6월13일 화요일
자식을 일곱이나
6. 25 전쟁 난리에
다 잃었다는 할머니
내 어린 기억에도
할머닌 늘 말이 없어 차가운 분
어릴 무렵 겨울 방학
머언 시골 찾아가면 할아버진
호롱불 아래 잠든 손주를 바라보며
사그락사그락 밤새 짚신을 삼고
어둔 구석 바느질하며 말 없던 할머니
아침이면 꼬옥 뜨거운 햇누룽지를
손주에게 슬쩍 내밀곤 했다
설탕이 막 녹아내린 노오란 누룽지
지금도 작은 무쇠솥 밥 지어서
뽀드득 노오란 누룽지를 낸다
밥보다 먼저 누룽지를 집을때면
말없던 옛 할머니의 마음을 느낀다
자식 정이 너무 조심스러운 그 마음을
이젠 빛바래 연노란 흑백 사진처럼
아련히 가슴 한켠에 묻혀 지고 있다.
< 글, 민영주- 누룽지를 집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