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23 21:32

나는 좋아한다.

조회 수 251 추천 수 0 댓글 8

 

나는 좋아한다.

 

나는 시냇물이 쪼르락 쪼르락 흐르는 소리를 좋아한다. 나는 개구리 가글가글 거리는 소리를 좋아한다. 가끔씩 들리는 맹꽁이 소리도 좋아한다. 나는 풀풀 날아드는 작은새의 푸르럭 푸르럭거리는 소리를 좋아한다. 무리를 지어서 이나무 저나무 건너다니며 떼로 재잘거리는 소리를 좋아한다. 작은 새가 앉았던 가지에서 아스락 거리는 나뭇잎 소리도 좋아한다. 나는 쏟아지는 빗소리를 좋아한다. 나뭇잎에 툭툭 거리는 빗물방울 뜯기는 소리를 좋아한다. 비 그친 뒤 왕성하게 울리는 풀벌레 소리도 좋아한다. 풀벌레가 나뭇잎에 사각 사각 거리는 소리도 좋아한다. 나는 바람에 마른 나뭇잎 떨기는 소리를 좋아한다. 나뭇잎이 떨어지며 풀벌레 돌돌돌 거리는 소리도 좋아한다. 그 나뭇잎이 우수수 날리는 소리도 좋아한다. 나는 침묵의 밤에 하얀눈이 내리는 소리를 좋아한다. 그 눈이 쌓여 솔가지 축축 쳐지는 소리도 좋아한다. 나는 겨울 저수지의 쩡쩡한 얼음 소리도 좋아한다. 그 소리를 듣고 신비감에 지르는 아이들의 탄성 소리도 좋아한다. 아이들 노는 소리도 좋아한다.

 

나는 언 땅을 비집고 올라오는 파리하면서 힘 있어 보이는 새싹을 좋아한다. 겨울난 나뭇가지에 옴찔 옴찔 내밀어 펴지는 여린 순을 좋아한다. 짙은 청록색 송림도 좋아한다. 그 위로 하얀 봄눈이 살짝 덮여 있는 장면도 좋아한다. 출렁출렁 솔가지 위로 백로가 너울거리는 품새도 좋아한다. 백로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좋아한다. 반짝이는 물빛도 좋아한다. 물속에서 유유하는 물고기도 좋아한다. 그 물고기를 유심히 내려다 보고있는 백로도 좋아한다. 나는 산위에 걸쳐있는 둥근달을 좋아한다. 초승달도 좋아한다. 초승달에 샛별을 좋아한다. 나는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강물을 좋아한다. 다리 위를 달리는 기차를 좋아한다. 그 기차가 굴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좋아한다. 나오는 것도 좋아한다. 강변에 줄지어 가는 것도 좋아한다. 무심코 바라본 밤하늘 별동별을 좋아한다. 별똥별이 많은 것도 좋아한다. 그 별똥별을 보고 탄성 지리며 소원 빌어 보는 아이들을 좋아한다.

 

나는 오솔길 걷는 것을 좋아한다.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걷는 것도 좋아한다. 둥근 숲길도 좋아한다. 혼자 걷는 것도 좋아한다. 때론 여럿이 걸어도 좋다. 물결같은 감미로운 바람을 좋아한다. 그 바람에 밤꽃향이 흐르는 것을 좋아한다. 송화가루 날리는 것도 좋아한다. 솔향이 가득한 산길을 걷는 것도 좋아한다. 걸으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도 좋아한다. 생큼한 산흙 냄새도 좋아한다. 그 흙을 한 움큼 만져 보는 것도 좋아한다. 다래 덩굴줄타고 노는 것도 좋아한다. 나는 솔숲속에 진달래 흐드러지게 피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처음 보는 풀이 나물이나 약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그 나물반찬을 좋아한다. 나는 바위도 좋아한다. 그 바위틈에 솟아 오른 나무도 좋아한다. 그 바위틈에 약수물이 쪼르르르 흐르는 것도 좋아한다. 약숫물 맛도 좋아한다. 나는 밤 하늘에 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아이들이 누워서 재잘거리며 별보는 풍경을 좋아한다. 이 모든 것을 그림으로 그려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아직 그려 보진 않았다.

  • 혜원 2017.02.27 08:38
    한별님은 시인. 수필가.
    하고 있는 일에 꼭 쓰셔도 좋겠어요. 너무 멋져요.
  • 한별 2017.02.27 18:39
    감사합니다...
  • 한빛 2017.02.28 16:43
    정말 멋진 한별님^^
  • 한별 2017.02.28 21:43
    감사합니다.~~~
  • HanulSarang 2017.02.28 22:28
    나는 한별샘께서 쓴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 한별 2017.03.01 06:06
    감사합니다.
  • 한섬 2017.03.18 14:15
    나는 한별쌤이 좋아하는 모든 것을 그림으로 그려지는 날을 좋아한다.ㅎㅎㅎ
  • 푸른강 2017.03.19 18:53
    최고다!!! 수필로 치면 한별님을 능가할 사람이 없고 재치로 치면 한섬님을 능가할이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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