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04 07:29

새벽별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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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별을 보며

 

어스럼한 신새벽에 더듬더듬 마당으로 내려선다. 딱딱하고 찬 흙마당은 그리 넓은 편은 아니다. 발끝으로 맑고 차가운 기운이 스미어 차츰 몸을 감싸며 발에서부터 위로 번져 온다. 정신이 맑아지는 순간이다. 옷깃을 추스르며 버릇처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밤을 지샌 차가운 별들이 선명한 빛을 발산하고 있다. 좁은 계곡을 둘러싼 능선을 따라 비추이는 별빛을 받아 실루엣이 어슴푸레하게 보인다. 춤추다가 각각의 모습 그대로 정지한 듯이 서 있다. 그렿게 별빛은 아직 깨어나지 않은 산을 감싸며 맑게 고요히 비추고 있다. 새벽별은 청아한 느낌으로 나를 맞이한다. 새로운 날을 기대하는 벅찬 가슴이 인다. 굳이 별을 헤아려 볼 필요도 없다. 그대로 신선하게 눈에 가득 담겨온다. 저녁별이 포근하여 엄마 품 같다면 새벽별은 강인한 아버지를 연상 시킨다. 가족을 위해서 하루를 준비하는 든든한 기둥 같았던 아버지의 묵직한 속사랑 같다.

 

나는 다행히도 별을 마음꺼 올려다 볼 수 있는 산속에서 산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별을 올려다 볼 수 있어 좋다. 수없이 많은 별들이 초롱초롱 시커먼 하늘에서 반짝거릴 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치어다보고 있기도 한다. 청정한 자연속이라 가능하다. 요즘 도시에서는 한 밤에도 별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미세먼지와와 인공 불빛들로 가려진 하늘에는 개밥바라기조차 보기 드물다고 하니. 도시의 환경은 갈 곳 몰라하는 젊은 세대가 많은 것과 다를 바 없다. 어린 시절 지금 생각하면 아주 먼 옛날이야기처럼 되어 버린 나의 어린 시절에는 도시에서도 별이 총총하였다. 여름밤이면 옥상에서 돗자리 펴 놓고 누워서 별을 헤어 보던 시절이었다. 가끔은 수박을 깨 먹으며 때론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엄마가 들려주던 아버지의 아버지 때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정한 삶에 젖어 꿈을 꾸던 그 때가 그립기도 하다.

 

내일을 꿈꾸게 하고 길을 넌저시 알려 주기도 한다. 마치 운명처럼 별은 그 자리에 서 있다. 나는 다시 아버지가 되었다. 별을 보고 일터로 나서고 별이 보여야 집으로 들어오는 속사랑 짙은 아버지가 되었다. 태양처럼 강렬하지도 않고 달처럼 환 하지도 않으며, 은은한 빛으로 자신을 자랑하는 별처럼 살아가는 모든 아버지들처럼 오늘도 길을 나섰다. 어둑한 길을 나서니 오늘도 숱한 날과 같이 이미 희미해져 가는 별빛은 여명으로 바뀌고 있었다. 겨울 숲향내가 상큼하다. 여명의 가장자리에 어슴푸레했던 실루엣은 더욱 선명해지고 다시 춤사위는 시작 되었다.

 

 

  • 혜원 2016.12.04 15:27
    와.. 한별님.. 감성이 듬뿍담긴 너무 멋진 글입니다!
  • 한별 2016.12.05 06:37
    잘 지내시죠...미국 가신지 꽤 된것 같은데
  • 반짝별 2016.12.04 15:42
    한별쌤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글이에요!
    점점 날씨가 추워지는 봉화에 별들이 더 선명하게 빛나고 있겠어요~
  • 한별 2016.12.05 06:39
    와 ~ 별님이다. 미국에서 혼공 하는데도 재미있게 지내 는 것 같네요.
  • 밝은해 2016.12.04 19:14
    멋져요 한별 선생님!
  • 한별 2016.12.05 06:39
    오래만이다......
  • 신애 2016.12.04 22:15
    한별님~ 밤하늘의 별을 보며 별 별 생각을 별나게 하셨어요~
  • 한별 2016.12.05 06:40
    좀 별나죠 ^^;
  • 울리미 2016.12.09 16:28
    ㅎㅎ 한별쌤, 저도 새벽에 화장실을 가며 항상 별을 봐요! 글에 공감이 너무 잘 돼요~!
  • 한별 2016.12.09 22:29
    별이 좋죠...새벽에 보는 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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