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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먼 피셔 "공기·햇볕·물…우리는 이미 사랑받고 있어요"


   "현대인들은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려 있죠.

스마트폰은 너무나 많은 정보와 너무나 많은 기회로 넘쳐나지만 그것이 오히려 우리를 미치게 할 수 있어요."  

 

미국의 선(禪) 스승 노먼 피셔가 한국에 와서 말한 첫 일성은 "현대인들은 미쳐가고 있다"였다.

그는 "테크놀로지에 빠져 있는 사람은 신이 난 듯 보이지만 결국 중독된 것"이라고 일갈했다.  

 

서양에서 가장 존경받는 선 지식인 가운데 한 사람인 노먼 피셔는 샌프란시스코 젠 센터에서 오랫동안 수행해왔으며 '에브리데이 젠' 공동체의 설립자이자 정신적 지도자다. 특히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실리콘밸리 기업에 수행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현대사회와 선 수행을 접목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의 가르침은 중도, 열림, 따뜻함, 보편적 상식, 유연함으로 대변된다. 이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법률, 테크놀로지, 갈등 조정, 고령화 등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병적 징후에 혜안을 제시한다.  

 

"테크놀로지는 성찰이 없어요. 테크놀로지가 정말 인간을 위한 것이 되려면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들이 달라져야 합니다. 기술자나 자본가들이 침묵과 사랑 속으로 들어가야 해요."  

 

노먼 피셔는 종교 간 소통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왔다. 달라이 라마를 비롯한 세계 종교지도자들과 함께 종교 간 대화를 꾸준히 해 오고 있다.

 

 "제 수행 방식은 불교적이라기보다는 인간적입니다. 지금 여기의 삶에 적극적으로 응답하고, 공동체 내에서 진실하게 소통하는 것. 그것이 이 시대에 필요한 수행입니다. 인간으로 남아 있는 한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들, 그것들을 고민하는 거죠."  

 

그는 "선 수행을 기반으로 한 대승불교 종주국인 한국에 온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첫 방문이지만 집에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그는 공동체주의자답게 소통을 강조했다.  

 

"혼란스러운 상황일수록 부정적인 감정들이 확대 재생산되기 쉬워요. 그렇게 되면 정신이 중심을 잃게 되죠.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이라는 공동체를 잊어서는 안 돼요. 인간이라는 토대를 인정하고 그 힘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한 명 한 명이 명상해야 해요. 우리는 무엇인지."  

 

노먼 피셔는 미국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제일주의'에 대해 묻자 재치 있는 답변이 돌아왔다.  

 

"미국 제일주의가 아니라 인간 제일주의가 되어야죠. 더 나아가 동물 제일주의, 식물 제일주의, 이렇게 확장해 나가야죠.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중요시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194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태어난 노먼 피셔는 일본 조동종(曹洞宗)의 영향을 받고 불교에 입문했다. 원래 유대인인 그는 "어린 시절부터 왜 사는가, 나는 누구인가 하는 종교적 질문을 갖고 있었다"면서 "불교를 알기 시작한 이후 선 수행은 내 삶의 유일한 방식이었다"고 답했다.  최근 한국에 외부와 소통을 잘 하지 않는 '나홀로족'이 늘고 있다는 말을 건네자 노먼 피셔는 "인간은 혼자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우주가 모두 우리의 친구 아닌가요. 공기가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고 햇볕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는데요. 우리를 둘러싼 것들이 우리를 얼마나 지지하고 있는지 알면서 살아야 해요. 인간에게 혼자는 없어요."   [허연 문화전문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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