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도 더운데 습도도 높고
이런 날 화 나면 어떻게 하시나요?
저는 화를 내요.
“아니, 이보세요.”
“아니, 그게 아니라 제말은요.”
“아니, 이사람이 지금?”
“아니, 됐어요.”
이런 식으로 화를 냅니다. 화를 내고 나면, 99% 후회합니다. 흥분상태로 한 이야기 내용이 너무 어처구니 없을 때도 있고, 무교양이란 생각이 들 때도 있고, 내 감정에 못이겨 상대에 대해 너무 무배려했다는 생각도 들고, 화를 그냥 날려버렸으니 상처받았을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도 있습니다.
그런데 역으로 생각하면 화가 날만하기도 하죠. 아무데나 주차하는 김여사님들, 특히 갤러리 담장에 사진 떡 하니 가로막는 특수부 김여사님들, 술 먹고 갤러리와서 소리지르는 김사장님들, 시스템과 룰을 무시하는 김엄마들, 내 전화를 어떻게 알고 핸드폰 바꾸라고 전화해대는 김양님들.. 화가 날만도 합니다. 화. 이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래는 화와 분노에 대해 사만나를 한 참가자의 놀라운 혜안이 엿보이는 편지입니다.
화에게
안녕? 너는 어디에 있다가 나타나서 나를 당황하게 하니? 난 너를 만날 때 마다 후회하거나 자책하거나 부끄럽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 왜냐면 참을 것을 좀더 참을 것을 이렇게 생각하거든. 그런데 앞으로는 네가 나에게 무엇을 요청하는지 들어보려고 노력할께. 너는 너를 표현하는 방법이 화 밖에는 없다는 것을 이해할게. 그리고 너의 언어에 귀기울여 들어줄께. 그리고 미안해. 오랫동안 너의 소리를 외면해 와서. 자꾸 참으려고만 말고 회피하고. 앞으로는 좀더 너의 표현에 민감해지고 화가 나지 않도록 행동할께. 내가 더 큰사람이 되고 내가 더 큰 마음이 되면 작은 화들은 모두 수용할 수 있겠지. 참으려고 하지 않고 억압하지 않고 누르지 않을께. 작은 화들도 표현할께. 온몸으로 표현할께. 화 고마워. 내가 살아있음을 살아갈 수 있는 나를 보호하고 사랑할 수 있는 신호등이 되어주어서 고마워. 언제까지나 내 곁을 떠나지 않으며 함께 하자. 함께 성장하자.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화를 어떤 메시지나 요청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접근하면 내가 무엇을 욕구하였는데 좌절되었는가, 내가 무엇을 회피하고 싶었는데 맞딱드렸는가로 살펴볼 수가 있게 되고, 원하는 것, 요구하는 것에 더 집중할 수가 있게 됩니다.
아, 이제 화를 잘 표현하고 살 수 있을까요? 그럴까요?
물론 아닙니다. 그게 그리 쉬운 것이 아니에요. 상당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논리적 상황 이해가 되었다 하더라도 분이나 흥분은 감정이라 금새 가라앉지 않거든요. 여기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계발하고 훈련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 훈련이 잘 된 사람들이 대인관계에서 아주 매끄러우면서도 인간적 매력을 잃지 않고 처신하는 사람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