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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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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사지를 선정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은 지난 4월이었다. 작년에 어머니 돌아가시고 돌아와 정신차리려고 시작한 것이 사진출사 모임준비였다. 그런데 나는 아름다운 풍광을 쫓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풍광과 함께 내가 비춰질 수 있는 스토리도 함께 찾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제주 공부였고 공부하면서 여기저기 둘러보기 시작했는데, 그도 얼마 안되서 마음빛그리미에 우환이 겹쳤다. 마음빛그리미를 열 때 마련했던 자금도 동이 났다. 사면초가처럼 느껴졌다. 맥이 빠졌다.

 

늦봄에 갔다가 다시 한번 제대로 걸어보겠다고 생각한 김녕지질 트레일을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새벽녁 삼나무가 시원하게 인사하는 쭉뻗은 대로를 달려 김녕에 도착했다. 한여름에도 새벽녁 해변의 바람은 차가웠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지질트레일을 걸었다. 인생이란게 원래 그렇다고 멜빈이 내 어깨를 톡톡 쳐주었었다. 힘들어도 그게 또 행이되고 운좋다고 기뻐해도 그것이 언제 환이 될지 알 수가 없는 것이 인생이라고. 멜빈 이야기를 떠올리면 뚜벅뚜벅 걸었다. 그렇지 뭐. 나도 중얼거렸다.

 

트레일은 아주 좋았다. 코스가 상당해서 1/3도 못걷고 마디맺었지만 이만하면 보물이라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지질트레일은 그저 풍광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제주의 김녕인이 살아온 흔적을 마주할 수 있다. 그들이 배를 띄워 먼바다로 나갈 때 기다려주었던 옛등대, 그들이 생을 기댔던 맑은 샘물, 그들의 억울한 역사가 배어 있는 묘지들. 그러나 그중에서 내가 가장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던 것은 당이다.

 

당.

당에 들어갔을 때 내가 받은 느낌은 을씨년스럽거나 무시무시한 신비로움이 아니었다. 그냥 아늑한 다락방처럼 느껴졌다. 아, 그래, 여기서 누군가는 울먹였을 것이고, 누군가는 감사기도를 했을 것이고 그렇게 삶이 이야기로 이야기가 기원으로 흘러가는 곳이겠구나. 그렇겠구나 싶은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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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향당이라고 하기도 하고 당이라고 하기도 하는. 그곳. 그곳에는 신들이 산다. 그 신들은 인간세계와 자신을 분리시켜서 지배하고 다스리고 혼내주는 신이기 이전에 먼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신이다. 그 신은 때로 신부님처럼 때로 카운셀러 처럼, 할머니처럼 친구처럼 그들이 살아오고 살아가는 모든 일을 들어준다.

시집을 오고 시집을 가고 아이를 낳고 큰애가 군대에 가고 남편이 아프고 시어머니가 죽고 시아주버니가 바당에 나가고 큰딸이 대학시험에 가고 고된 물질로 두통이 생기고… 무슨 무슨 억울한 일이 있었고 무슨 무슨 아픈 사연이 있었고. 이렇게 해줍서 저렇게 해줍서. 제주사람들은 당에 와서 무형의 존재에게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 그 수많은 이야기가 당안에 서리고 베이고 오랜 무늬처럼 그렇게 있었다.

 

이번 출사에는 김녕의 바당을 끼고 한참을 걸어 어울림센터에서 본향당까지 진행된다.

아마 마지막 출사지도 김녕이 될 것인데 그때는 돌담밭을 돌게 될 것이다. (돌담밭은 겨울에 돌아도 감동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는 역시 제주다. 이 보물이 앞으로 계속 존속되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목요사진 출사모임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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