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빛그리미는 저 혼자 힘으로 서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기여, 기부와 후원으로 일구어졌고 지금도 일궈지고 있다. 내일학교 자람지도선생님의 아이디어와 구상, 제주터를 끝끝내 지켜온 한결님, 하도 일해 허리병까지 얻은 충녕 선생님. 그뿐인가 오가며 음식거리 던져주시는 언니들(언니들은 우리가 굶는줄 안다), 작업 재료들 트럭으로 날라주시는 삼춘들(우리는 트럭이 없다.), "어이쿠 무사 여기와서 이고생이냐 미친년들아. 시집은 안가멘? 이리오라. 먹고 하라.(옆집할머니 미친년소리가 난 너무 좋다.)" 하시는 우리 이웃 사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절대로 지금까지 올 수 없었다. 육지에서 온 분들도 정말 따스하게 감싸주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유병덕선생님과 강성구 사장님은 정말 예쁜 무대를 만들어 주셨다. 수십만원 되는 자재를 기부해주시고 그걸 직접 만들어주셨는데 옆에서 보니까 왠지 나도 해보고 싶어졌다. 베테랑이 하는 걸 보고 따라해서는 안되는 거였다. 일하는게 쉬워보이는가? 그는 베테랑이다.
암튼 나는 꽤 요망지게 저정도 즈음은... 하면서 작업에 달려들었다. 원래 프로는 조용히 신속하게 깔끔하게 일한다 하는 줄 모르게 하는 것이 프로다. 아마추어들은 뭐가 있니 없니, 이거 어쩌면 좋으니, 뭘 빌려와야 하니, 여기 있던 물건 어디갔니 온갖 부산을 다 떨고야 일을 시작하고, 하면서도 말이 많다. 목재절단기는 위미 철문점 아저씨한테 사정사정을 해서 빌리고, 올봄 쓰다남은 오일스텐을 찾아왔다. 그러다보니 늘 다음번으로 미루던 광정리도 갑자기 하게 되고. 암튼 일이 중구난방이었다. 실제로 시작했을 땐, "이게 쉽지가 않네. 내가 왜 시작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형 무대를 만들려고 하다보니 목재들이 완전히 곡선은 아니더라도 곡선 흉내라도 내야 될텐데 이건 장난이 아니다. 톱으로 썰려고 하니 대체 이걸 언제 다 써냐 말이다. 게다가 곡선이라 톱이 잘 들어가지지도 않는다. 쓰윽 하고 밀면 싸악 하고 다시 나와야 할텐데 톱니가 물려 나오지도 않고 낑낑 깽깽거리다가 안되겠다 싶었다. 좋아. 그러면 절단기의 정수를 보여주마. 하고 절단기로 살살 자르려고 했는데 구형 절단기라 각이 나오질 않는다. 윙하고 돌아갈 때 그 무시무시한 톱니는 그야말로 수많은 자재를 절단 내버렸다. (체험, 절단낼껴!) 곡선은 커녕 직선도 제대로 안되고 곡선을 하려고 수번 돌리다보면 오목이 되어버리기까지 했다. 그렇게 얼추 만들어서 끼워보면 어느새 깡뚱맞아지는 목자재들. "멍충아 볼록이라구. 멍충이." 연신 궁시렁 거리다가 결국에는 이것이 무슨 원형인지 아니면 타원형인지 모를 울퉁불퉁 상판이 만들어졌다. 목수님들은 조용히 와서 뚝딱 뚝딱 하더니 저렇게 이쁜 걸 만들어 내던데.. 내가 만든 이건 뭐여? (뭣에 쓰는 물건이고?) 에효...
근데 참 이상하게도 어제 밤 늦게까지 그리고 오늘 새벽부터 줄창 해서 만든 것들에 왠지 자부심을 느낀다.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해본다고 애쓴 자신에게도 응원을 보내고 싶었고. 무엇보다 머리 복잡한 일이 많은 요즘 아무 생각없이 자르고 붙이고 하는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다섯 시간정도 용을 쓰고 나니 진이 다 빠져 있을 때 한결님이 애쓴다고 물냉면을 해줬다. 어색하고 어설픈 노동끝의 냉면 맛이라니. 들어는 봤나? 스피어민트 냉면? 이런 건 아무나 해주는게 아니다. 다섯시간 일한 사람한테 해주는거다. ㅋㅋㅋ
오후에는 사무일을 보고 커피한잔하고 좀있다 명상한 후에 다시 내려가서 일을 마무리할 것이다. 마침 구름이 많이 낀데다가 바람도 정말 선선하게 불어온다. 8월에는 울퉁불퉁 무대에서 향연을 할 수 있겠지. 정말 뿌듯한 마음이 든다. 이여 이여~ 이여 맹근 모자나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