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11
하늘태양
황량했던 산이 푸르르게 물든다. 사라졌던 꽃과 풀들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닭들은 그런 풀을 좋아한다!
요즘은 운력이 끝나고 시간이 조금 남으면 근처에 있는 풀들을 뜯어 준다. 닭들이 먹던 밥을 제쳐두고 내게 다가와 풀을 달라 아우성이다. 주먹 쥐고 있는 손을 풀어 닭들에게 풀을 나누어 주면 닭들은 너무 좋아한다. 원래는 한줌만 주고 말려던 풀을, 닭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는 한줌 더, 한줌 더, 아니 딱 한 줌만 더 준다. 닭들이 너무 좋아해 딱 한 줌만 줄 수 없다. 마음 같아선 포대 재로 가져다 주고 싶지만 아직 그러지는 못한다.
풀들을 좋아하는 닭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더, 더, 더 주고 싶다.
닭들은 풀과 참 잘 어울린다. 작년에 닭들이 방목하는 것을 보았을 때 닭들의 모습이 참 예뻤다. 닭장 안에 있다 밖으로 나와 풀을 헤치고, 축축한 흙을 밝으며 뛰노는 닭들이 천진난만한 아이 같이 예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풀과 참 잘 어울리는 닭들이 오래 동안 풀을 만나지 못했으니 내가 주는 풀들이 얼마나 그리웠을까?
어서 닭들이 산에서 풀과 함께 노는 모습을 보고 싶다. 닭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