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을 들이쉬면 콧속이 얼어붙는
전국 최고의 혹한 지역 봉화에서
난방도 없이 자가열로 커가는
병아리 아가들이 있습니다.

저희도 처음엔 그게 가능할까 싶었어요.
난방도 없이 한겨울에 닭을 키운다고?
다 얼어죽지 않을까?
그런데, 어미닭의 품속에서
거뜬히 겨울을 나는 병아리들처럼,
병아리 아가들은 서로의 체온에 기대어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났답니다.
사람도 추위에 뼛속이 얼어붙는 12월,
갓 태어난 병아리들은 추위를 접하고는
'아.. 내가 추위에 대비를 해야겠다!' 마음먹고는
빼곡한 솜털을 키워 '천연 패딩'을 만들어 입는답니다.

이렇게 공들여 키운 아가들에게 아무거나 먹일 수는 없지요...
몇 년이나 산 속에서 묵으며 양분을 듬뿍 머금은 부엽토,
왕겨와 국산콩, 깻묵, 싸래기와 청치, 굴껍질 가루에 한약재까지!
사람이 떡해먹어도 될 것 같은 사료를
매일같이 고루 섞어서 준답니다.

뿐인가요? 우리 닭 언니들은 입맛도 고급이에요.
청정 자연에서 자라난 무공해 산야초 아니면 안 먹어요.
참나물, 당귀, 비름나물, 두릅?
사람이 안 먹고 모두 '닭님'들에게로 갑니다.

처음 닭살이장 문을 열어주면 아직 닭이 채 되지 못한 우리 청소년 닭들은
문밖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민 채 갸웃갸웃해요.
그러다가 한발, 두발 앞마당을 밟았다가, 다시 들어갔다가!
매일같이 조금씩 멀리, 멀리 산 속을 산책하며 거닐게 된답니다.
밤이 되면 불이 켜진 닭살이장으로
모두모두 집으로집으로!
산 속에서 배불리 벌레며 풀을 먹고
유산소 운동(?!)을 잔뜩 하고 돌아오는 거지요.

전문적으로 닭을 키워본 분들은
저희 농장에 와서 황당하다는 듯 혀를 내두르십니다.
"이래이래 넓게 지어 놓고, 요거밖에 안 길러요?!"
하지만 그렇게 빽빽하게 키우면
닭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병에 걸리고, 약을 먹여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에
저희는 계속해서 낮은 사육밀도를 유지하고 있답니다.

닭살이장의 천연의 흙모래바닥은
닭에게 최고급 카페트나 다름없답니다!
사료뿐만 아니라 바닥에도 닭들이 좋아하는 부엽토를 깔아주어
청결하고 맛있는(?) 바닥을 유지하기 위해
내일학교의 선생님, 학생, 학부모님, 후원회원님들까지!
일단 봉화에 오면 새벽부터 삽 들고 산속으로 들어가는 거지요...
그리고 부엽토를 바리바리 캐다가
닭살이장 바닥에 아낌없이 깔아줍니다.

봉화는 추석이면 내복을 입기 시작해서
어린이날이 되어야 벗을 수 있는 추운 곳이에요.
그렇다면 겨울에는 어떻게 풀을 주지요?!
정답은... 저장! 여름에 무성하게 자라나는 풀을 베어
'풀김치'를 만들어서
겨우내 닭들에게 천연 미생물과 함께
섬유질을 공급한답니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들을 내일학교의 학생과 선생님들이 직접 한다는 사실!
덕분에 우리 학생들은 쌀자루를 번쩍번쩍 들고
초당 3회씩 삽질을 하는
슈퍼 청소년으로 거듭났답니다.
이렇게 내일학교 농장의 닭들은
내일학생들의 사랑을 듬뿍듬뿍 먹고 자라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