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 소식
2013.03.13 12:17

병아리 지키기 대작전

조회 수 3933 추천 수 0 댓글 3

며칠 전 닭살이장에서 '집단의문사'가 있었다.


요즘 우리 병아리들은 대체로 건강하고, 피스(나사못)를 삼키거나 하지 않으면 거의 죽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삼십 마리가 넘는 병아리와 고려닭 네 마리가 이상한 곳에서 떼죽음을 한 것이다. 보통 압사가 일어나면 병아리들이 잠드는 곳 한가운데에서 눌려서 죽는데, 이번엔 창가에서 몰려 죽어 있었다. 


들짐승이 침입했나 싶어 샅샅이 살펴봐도 몸에는 외상이 전혀 없다. 핏방울 하나 없다.


그렇다면 이건 뭔가에 놀라서 이리저리 몰려다니다가 지레 서로 눌려서 죽은 것이다.


특히 고려닭은 아주 예민해서 우리가 손만 위로 올려도 0.5초 안에 전원이 일단 날아오르고 본다.


추측컨데 아마도 닭살이장 주변에 삵이나 수리부엉이, 아니면 이웃에서 기르는 개와 같은 포식동물이 나타나서 위협을 하자 놀라서 몰려들어 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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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서 기르는 삽살개.

이렇게 보면 귀여워 보이지만 한번 풀리면 수십마리를 몰살시킬 수 있다.



사람이 있으면 그런 동물들은 오지 않는다. 

하지만 하루 종일 닭살이장에 붙어서 살 수만은 없다... 

밥도 먹어야 하고 달걀도 팔아야 하고 블로그에 글도 쓰고 학생들하고 수업도 해야 한다.


그래도 자꾸만 걱정이 되어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었는데 

내일학교에서 동물에 관해 가장 권위있는 식견의 소유자인 하늘사랑 민진영(16)이 이렇게 말을 한다.


"선생님 제가요, 동물농장에서 봤는데요, 라디오를 틀어놓으면 된대요."


...정말?


이야기인즉슨, 사람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리면 들짐승들로서는 그게 사람이 있는건지 라디오가 있는건지 구별할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왠지 그럴듯하다.


그래서 학교 창고에서 안쓰는 채 방치되었던 오디오 한 세트를 가져와서 설치를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닭살이장이 너무 오지라서... 라디오 전파가 잘 안 잡힌다... ㅜ_ㅜ


잡히긴 잡히는데 지직거리는 소리가 너무 심해서 우리 병아리들의 원활한 계성(?) 형성에 방해가 될 것 같다.


다른 게 없을까 하여 핸드폰을 뒤적이는데 '팟캐스트'가 보인다.

마침 MBC 라디오에서 하는 '타박타박 세계사'라는 방송을 팟캐스트로 해둔 게 있다.


002tabak.jpg

▲ 교육적으로 매우 좋은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우리 병아리들은 매일...

세계사 공부를 하게 되었다.




얘들아 재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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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재하맘 2013.03.21 14:41
    닭들이 사람보다 똑똑해지겠네요. 재밌습니다. ㅎㅎ
  • ?
    지나다 2013.03.25 08:40
    닭들의 학교, 세계에서 제일 똑똑한 닭들이 되겠는 걸요? ㅋㅎㅎㅎ
  • ?
    Garam 2013.04.03 23:46

    사람보다 더 똑똑해질까봐 걱정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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