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 소식
2013.04.03 17:37

넌 어느 별에서 왔니?

조회 수 3322 추천 수 0 댓글 3

농장에서는 수시로 무언가가 태어나고... 떠나가고 그렇다.


바로 어제도 새 병아리가 태어났다.

자연부화로 태어난 데다가, 사연마저 있는 병아리가 나오고 말았다.


사연은 이렇다.


대부분의 닭들은 청명골 안의 농장에 모여 있지만, 어딘가 쪼여서 상처를 입었거나 다리를 절거나 하는 닭들은 학교에서 요양(?)을 하고 있었다. 볕도 듬뿍 쬐고... 운동장을 뛰어놀면서 그럭저럭 회복하면 다시 농장으로 돌려보내곤 했다.


그런데 완전히 건강을 회복하고도 우리의 귀차니즘으로 인해 그냥 학교에 눌러앉은 고려닭 암탉이 한 마리 있었다. 고려닭은 포란본능이 무척 강해서, 알을 낳으면 무조건 품으려고 한다. 하지만 학교엔 장닭이 없었다. 즉, 무정란을 열심히 품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려닭의 모성본능을 대견하게 여긴 보리쌤이, 학교에 있는 달걀 중 몇 개를 넣어주셨던 것이다.


아마도 보리쌤은 우리를 놀래켜주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


놀라긴 정말 놀랐다. 그리고 기뻤다.


갑자기 어느날 '곧 병아리가 태어날 것 같다'는 소식을 들은 우리는 새 병아리가 태어나길 학수고대했다.


그리고 며칠 전 아침.. 어미닭의 배 아래에서 삐약거리는 소리가!!! 


행여 병아리가 놀랄까 살짝 어미닭의 날개를 들춰본 밑에서 발견된 것은...... 



1-1-000맛닭병아리.jpg

photo by 하늘사랑


헉.

연탄처럼 새까만 맛닭병아리가 삐죽 나오는 것이 아닌가.


보리쌤은 학교에서 드시라고 내려보낸 맛닭알 중 작고 길쭉한 달걀이 고려닭알이라고 생각하셨단다.


눈가에 까만 점이 있는 이쁜 고려닭 병아리를 기대했던 우리는 조금 실망했다.


하지만 어미닭은 까맣건 하얗건 품어키운 정이 전부인지 

바람불면 날아갈까 비오면 쓸려갈까 병아리를 보듬느라 정신이 없다.


맛닭은 부화 예정이 전혀 없었는데...

부디 이 사연많은 병아리가 무럭무럭 잘 자랐으면 좋겠다.



그런데... 커서 '난 왜 엄마랑 달라?'하고 비뚤어지면 어떻게 하지?





  • ?
    혜원 2013.04.04 13:28
    너무 귀엽네요. 잘 자랐으면 좋겠네요.
  • ?
    Garam 2013.05.26 06:58
    까만 병아리의 이름은 '쿤타'가 되었습니다.

    쿤타는 어마어마하게 자라버렸는데 지금도 엄마품에서 잔대요~
  • ?
    혜원 2014.03.04 22:43
    맛닭 병아리 쿤타, 고려닭 병아리 킨테... 이젠 둘 다 없지...ㅠㅠ
    고양아~ 고양아~~ 왜 그랬니... 이쁘지 않았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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