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일지 – 쥐로 인한 마음의 갈등
2015-07-13
하늘태양
우리 농장이 있는 봉화는 너무너무 시골이다. 그래서 공기도 맑고, 물도 맑다. 소나무도 많고, 벌레도 많고 뱀도 많고.. 쥐도 많다! 밤에 전등을 켜두면 어디선가 날벌레 들이 엄청 많이 날아와 전등 근처에 가지도 못하게 만들고, 비 온 뒤 다음날 아침이면 여기 저기서 개구리들이 튀어나온다. 그리고 근처 조그마한 시냇물에는 가끔가다 도룡뇽 알도 보이고, 가재도 있다.. 또 예쁜 고라니도 자주 보고, 너구리도 많이 본다….그리고… 쥐도 많이 본다! 우리 농장이 있는 봉화는 이렇게나 맑고 시원한 시골 중에 시골이다.
농장에는 맛있는 닭들이 많다 보니 쥐가 산다. 이 쥐가 우리에게는 참 골칫덩어리다. 계란도 가져가고, 사료가 담긴 포대도 파먹고, 병아리도 죽이고! 이 얼마나 나쁜 녀석들인가! 그래서 우리는 이 쥐를 없애기 위해 맨날 돌로 계사 근처에 있는 구멍이란 구멍은 모조리 막고, 쥐약도 놓고 쥐가 보이면 삽으로(?) 내려치기도 한다…ㅎㅎ. 아무튼 정말 농장과 쥐는 아주 아주 웬수 관계이다.
그런데 사실. 아주 아주 가끔 작은 쥐가 보일 때가 있다. 작은 쥐는 어미 쥐에 비해 정말 작고, 귀가 크다. 그리고 내 눈에는 좀 귀여워 보인다. 쥐랑 우리는 웬수여서 원래 보이면 다 죽여야 하지만 작은 쥐는 눈망울도 크고, 초롱초롱 하고, 뛸 때도 느릿느릿 깡총깡총 뛴다. 그리고 너무나도 애처로운 눈빛을 하고 있어 나도 모르게 너무 귀여워서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크면 우리 사료를 갉아 먹고 닭을 죽이는 나쁜 쥐다! 쥐가 귀여울 때도 있지만 닭들을 위해선 다 사라져야 한다.
가끔 귀여운 쥐를 보면 이렇게 마음에서 갈등을 하지만 어쨌든 농장에선 쥐가 사라져야 한다. 쥐는 닭들을 해치니까!!!
(사진 속에서 쥐를 찾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