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풀들
2015. 7. 13 농장일지
장마가 시작됐다. 벌써? 우리는 아직 계사에 들어가지 못 한다. 닭들은 이 빗속에 무얼 하고 있을까? 눅눅한 나머지 하루에 세 번씩 모래목욕을 할까? 우리가 뽑아주는 풀은 좋아할까? 6기는 이제 여엿한 닭이 되어 초란을 잘도 낳고 있다. 계사에 못 들어 간지 삼 주 짼가, 사 주 짼가? 다음 주도 풀을 뽑는다고 들었는데, 다 다음주에는 계사에 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비가 온 다음 날, 아니 비가 미스트처럼 내리는 날 아침에 운력을 했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마음이 많이 안 났다. 장갑과 엉덩이는 점점 축축해져 찝찝했고, 몸에는 힘이 없었다. 결국 나는 한시간 후에 오피스에 갈 수 있는지 물어보고 오피스 운력을 했다. 편했지만, 끝나고 나니 많은 성찰이 되었다. 평소 같았으면 힘을 내서 했을 텐데 왜 그날따라 그랬을까? 나를 포함한 학생들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운력을 안 하고 싶어 하는 쪽으로 많이 가고 있는 것 같다. ‘내일 아침에 비 온대요!’하면 ‘와! 그럼 운력 안 할라나?’ 하는 반응이다. 나도 그렇게 운력을 안 하는 학생들을 보면, 내심 부러운 마음도 들었던 것 같다. 운력에 대한 가치를 다시 생각하고, 더 힘을 내서 즐겁게 운력을 해야 할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