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일지 – 남들과는 다른 아이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고무장갑 색 사료 통에 사료를 들이 붓고 있었는데, 아까부터 여기 저기 털이 뽑힌 닭 한 마리가 나를 쫓아다닌다. 다리 밑으로 꼭 꼭 기어들어와 내 옆을 떠나지를 않는다. 발 옆에서 고개를 쭉 빼 들어 나를 가만히 쳐다봤다. 그 눈빛에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서 닭을 들어 올렸더니 날개 한 번 푸드덕거리지 않고 얌전하다. 사실 전에도 이런 적이 꽤 있었다. 언제나 괴롭힘 받는 왕따 닭들이 내 곁을 졸졸 쫓아다닌 적이. 처음에는 의아했다. 무섭지도 않나? 왜 자꾸 내 옆을 따라 다니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사람의 품에 있으면 다른 닭들이 쪼지 않는다. 그걸 몇 몇 왕따 닭들은 알고 있었나 보다. 괜히 마음이 아팠다. 얼마나 괴롭힘 당했으면 사람한테 달라 붙어 떨어지지를 않을까? 품에 안고 있었던 닭을 내려 놓으면 다른 닭들이 달려 들어 왕따 닭을 쫀다. 마음 아프지만 성큼 성큼 그 자리를 벗어나도 다시 발 밑을 보면 아까 봤던 왕따 닭이 또 서성 서성거리고 있다. 마음이 아팠다. 그 애에게 좀 더 애정이 갔고, 좀 더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른 닭들과는 다르게.
닭은 다 비슷한 생김새에.. (물론 다 다르게 생겼지만) 정말 많은 숫자 때문에 솔직히 다 똑같이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서 좀 더 아끼거나, 좀 더 정성을 붓는 닭이 있다면 그건 바로, 아픈 닭이다.
6기 병아리로 예를 들자면, 예전에 6기 계사의 복도에는 병동 삼총사가 있었다. 몸집이 정말 작았던 꼬맹이와, 눈이 아픈 수탉, 등의 털이 뽑힌(왕따로 측정된다) 수탉. 이 세 마리와는 정이 붙어버렸다. 사람 곁에 겁도 없이 다가와 사료를 먹고, 매일 같이 계사 밖으로 나가서 짝을 지어 풀을 뜯고 돌아오고.. 다른 닭들과 생김새도, 몸집도 다른 데다가 따로 밥을 주고, 따로 물을 주며 챙겨줬기 때문에 좀 더 애정이 갔었다. 꼬맹이는 내가 정말로 사랑했었다. 저 멀리 풀을 뜯으러 혼자 나갔다가, 내가 꼬맹아~~ 하고 부르면 내 쪽으로 총총 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름을 알아들은 건 아니겠지만..)
그랬던 병동 멤버들이 얼마 전 6기 계사 안으로 들어가게 됐다. 한참 동안 걱정이 돼서 안절 부절 못했다. 세 마리다 괴롭힘을 당할 것이 당연했고, 꼬맹이는 금새 잡아 먹힐까 봐 너무 걱정이 됐다. 흠. 그랬는데 말이다. 얼마 전 밥을 주다 다른 아이들과 몸집이 확연히 다른 조그만 병아리 한 마리를 발견했다. 꼬맹이를 발견한 것이다. 꼬맹이는 털이 확실히 많이 자라있었고, 몸집도 많이 커졌다. 괴롭힘을 당해도, 치열한 계사 속에서 애들은 훨씬 잘 컸다. 마음이 안심 됐다. 뿌듯하기도 하고 얼른 건강하게 컸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결론은, 아픈 닭들, 다른 닭과는 조금 다른 닭에게 좀 더 정성을 쏟게 되고 애정을 주게 되지만 모든 닭들에게 똑 같은 사랑과 애정을 주고 싶다.
닭과 닭의 얼굴이 만나면 하트모양~
6기 격리칸의 닭들을 계사에 집어넣었을 때 많이 안절부절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많이 미안해지네요. 그래도 닭들이 계속 친구들하고 같이 살아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를 위해서는 무리에 적응을 해야 하고, 사람들이 없을 때 계사 문이 열려서 방목을하게 되면 아무래도 야생동물에 노출되어서 내가 집어넣었어요.ㅠㅠ 그래도 잘 크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니 마음이 놓이네요~